▲ 레오 14세 교황이 파리 엘리제궁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이 25일(현지시간) 나흘간의 프랑스 공식 방문 일정에 돌입하면서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사용과 핵 군비 경쟁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교황의 프랑스 공식 방문은 2008년 9월 베네딕토 16세 교황 이후 처음입니다.
교황은 첫 일정으로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만난 자리에서 AI를 거론하며 "우리 일상생활로 들어온 기계의 낙원에서 우리의 인간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선한 것을 가려낼 수 있도록 윤리적 분별력을 교육, 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교황은 "과학·기술이 유전자 조작과 대리모 출산, 장기 거래, 계획된 죽음의 제공을 조장하는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는 최근 경향을 우려한다"며 "상호 존중과 모든 인간 생명의 보호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잊지 말자"고 촉구했습니다.
교황은 군비 경쟁도 경계하면서 핵 군축을 강조했습니다.
교황은 "핵무기를 소유하는 게 안전 보장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확산하고 있다"며 "평화란 힘의 균형이 아니라 대화와 정의를 통해 매일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전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며 체념하지 말기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권력자들이 법을 존중하는 대신, 이익에 맞으면 법을 들먹이고 맞지 않으면 이를 무시한다"며 "마치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인 것처럼 정의를 다룬다"고 비판했습니다.
교황은 특정 나라나 인물을 지목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엔총회를 위해 세계 정상이 미국 뉴욕에 집결한 시기에 연설에 나선 교황은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가 "효용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대화가 평화의 자원이 아닌 행동에 대한 장애물로, 공공의 선을 찾을 기회가 아닌 쇼(charade)로 여겨진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교황은 2019년 화재를 겪은 이후 복구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저녁 미사를 집전하고 파리 북부 외곽에서 청년 신도 약 8만 명과 함께 심야 기도에 나섭니다.
파리에서 보내는 첫 이틀간 신도 100만 명이 교황 관련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AFP 통신은 예상했습니다.
토요일인 26일 파리 중심부인 콩코르드 광장과 샹젤리제 대로에서 열리는 야외 미사에만 이미 60만 명이 참가 등록을 했습니다.
교황은 파리 외에도 가톨릭 주요 순례지인 남부 루르드, 유럽연합(EU) 창설 중심지였던 독일 접경 도시 메츠를 찾습니다.
프랑스가 2024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할 자유를 명시하고 올여름 조력 사망을 법제화하는 등 생명 존중을 최우선시하는 가톨릭 원칙과 다른 방향의 정책을 선도해온 국가라는 점에서도 교황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주목받습니다.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종교적 행사에 집중하겠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프랑스 훈장 및 온갖 환대 행사를 모두 거절했는데, 이는 프랑스의 조력사 법제화 등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됐습니다.
AP 통신은 프랑스에선 정치·사회와 종교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프랑스가 교황의 이번 방문과 세속주의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주목된다고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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