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라북도의 한 지자체가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의 여권을 무더기로 보관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용주나 브로커가 이주 노동자의 여권을 뺏는 사례는 종종 알려졌었지만, 이렇게 지자체가 나서서 여권을 돌려주지 않은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북 정읍의 한 농가.
지난 5월 초 필리핀에서 온 계절 근로자 카렌(가명) 씨는 입국 첫날 외국인 등록 등을 위해 정읍시에 여권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4달이 넘도록 여권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이 카렌 씨와 함께 시청을 찾아갔습니다.
필리핀 지자체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여권 보관 내용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정읍시 관계자 : 필리핀에서 요구했습니다. MOU 조건에 그게 들어가 있습니다.]
협약서를 보여 달라고 하자, 해당 내용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계절 근로자들의 작업장 이탈이 많다 보니 이를 막으려 했다고 했습니다.
[정읍시 관계자 :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권은 여기 출국할 때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동안에 저희가 여기서 보호하고 있는데.]
고용주도 거들고 나섰습니다.
[고용주 : 만약 여권 있었으면 아무 말 없이 도망갔을 거 아닙니까? 오히려 시청에 맡겨 놓는 게 더 나았다는 결론입니다.]
여권을 소지하지 못하게 하거나 돌려 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가려내는 주요 기준 중 하나입니다.
현장에 출동한 법무부 출입국 조사관이 여권 반환을 종용하자,
[출입국 당국 관계 : 여권 지금 주셔야 돼요, 주셔야 돼요.]
그제서야 어딘가 보관했던 여권을 가져옵니다.
카렌 씨와 함께 정읍시로 온 계절 근로자는 160여 명.
정읍시는 지난 5월 말 계절 근로자 인권 실태 점검에 나섰는데, 정작 근로자들의 여권을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정읍시였습니다.
[정읍시 관계자 : 이 근로자분이 성실하게 일을 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법무부가 만든 인권 실태 점검 지표에는 계절 근로자가 여권을 빼앗겼는지 묻는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고기복/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 : (인권 실태)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그것만 해봐도 자기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 거예요.]
정읍시는 업무상 미숙으로 60여 명의 여권을 보관했다며 SBS 취재 이후 모두 돌려줬다고 알려 왔습니다.
(VJ : 신소영,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한흥수)
[단독] "이탈 막으려고"…이주 노동자 여권 보관한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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