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우디의 동서송유관..'생명줄'이 막혔나?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계된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후 지나는 선박에 공격을 자주 가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 항로도 통항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었다. 대안 항로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지만, 운하의 구조상 원유를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이 통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우디 유조선들은 홍해 수에즈 만에 있는 이집트의 '아인수크나' 터미널로 먼저 원유를 운송한 후, 이를 이집트가 관리하는 '수메드 송유관'을 통해서 지중해 연안의 이집트 시디케리르 항으로 보낸 뒤, 운하를 통과한 유조선이 다시 원유를 시디케리르 항에서 싣고 지중해로 항해하는 복잡한 운송 루트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적재한 원유를 일부 송유관으로 보내서 선박의 하중을 줄여 운하를 통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여기서 이란의 전략적 승부수가 부각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을 가로막고 있지만 미국의 역봉쇄로 해협을 완전히 장악하진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려는 유조선에 대한 미군의 항공엄호와 선박 호위로 하루 10여척 정도의 통항이 최근에도 계속된 반면, 이란을 오가려는 유조선이나 선박은 미군의 봉쇄로 한 척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미군의 호위로 간신히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유조선 역시 국제유가를 그나마 진정시키는 요인이다. 그래서 이란은 후티 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마비를 유도하면서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약점인 국제유가와 물가를 흔드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의 공식입장은 "일단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반미 이란 전선이 호르무즈와 홍해 통제권을 장악해가는 형국이다.
약해진 미국, 홍해 방어 지원요청을 거절했나?
후티 반군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세에 당황한 사우디는 미국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로이터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소 두 차례 전화해 후티와의 전투를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는데, 미국은 이 요청을 거부한 상태이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집중한 상황에서 후티와의 새로운 전선을 만들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군의 호르무즈 역봉쇄 활동이 원유를 실은 유조선의 통항을 일정 부분 유지하는데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홍해의 상황 역시 급박한 이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원유 수송 루트에 대한 미국의 통제 여력이 상당히 약화된 상태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군은 야간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제공하는 항공 엄호를 하루 두 차례 지정 시간대로 제한해, 사실상 호위 임무를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나왔다. 이는 중동에 배치된 미군의 전력이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 수출국들의 독자적인 군사 대응 가능성이 커졌음을 예고하는 흐름이어서 더 큰 우려를 낳는다. 이란이 원하는 것처럼 중동 전쟁이 확전될 조짐을 보여주는 것인데다, 홍해에 군 전력을 투입하지 못하는 미국의 대이란 협상력 또한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유가 괜찮을까?..불어나는 부담, 장기화 여부 촉각
정부는 9월과 10월의 원유 수입물량은 상당 부분 확보돼 전년 대비 90% 수준이어서 단기적으로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정부가 잘 통제하고 있다지만, 앞으로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타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정유 업계에서는 6개월 넘게 시행 중인 중인 '석유최고가격제가 해제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현재 리터당 약 1,850원 선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을 바로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생활유가의 억제책으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석유 소비에 둔감해진 상황도 앞으로 부담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석유최고가격제는 유가상승 부담을 일정기간 유예하면서 정유업계의 부담을 정부 재정으로 사후보전방식으로 상쇄해주는 비상대책 성격의 구조이기 때문에 사태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을 키우고 있다.
중동산 원유의 대안인 캐나다와 호주산 등 비중동산 원유는 세계 각국의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치솟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수송 루트가 안정된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원유를 수송할 때의 운임 비용도 오르면서 원유를 확보해도 비용이 불어난다. 미국·이란 전쟁이 일어나기 전, 한국 경제지표 전망은 국제유가를 배럴당 64달러 정도 선으로 예상한 상황에서 나왔다. 현 사태의 한계점은 11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것처럼 11월 초의 미국 중간선거 전에 이란과의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원유수입국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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