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스크바 시내 (자료사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생체인식 시스템과 연결된 CCTV 등 첨단기술 도입으로 범죄가 급감하고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그 이면에는 감시국가의 확장에 따른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약이라는 대가가 따르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현지시간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스크바 전역에는 약 30만 대에 이르는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모스크바시가 구축한 이 같은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치안 활동은 강도, 소매치기, 살인 등 강력범죄가 들끓던 25년 전의 모스크바를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생활의 편리함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시민들은 지하철 요금 결제는 물론 아파트 매매 계약 체결까지 얼굴 인식만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는 배달 로봇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며, 올해 안에 자율주행 택시도 상업 운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와 안전의 이면에는 감시 국가의 확장이라는 대가가 따라붙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유럽의 다른 대도시들도 대규모 CCTV 네트워크를 갖춘 곳이 많지만 모스크바의 시스템은 훨씬 더 중앙집중화돼 있으며, 규제를 덜 받으면서 광범위한 생체인식으로 인물을 식별하고 있습니다.
생체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된 촘촘한 CCTV 망은 모스크바를 세계에서 시민들을 가장 밀착 감시하는 도시 중 한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시내를 걷다 보면 카메라의 시선을 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러시아에서 생체 정보 제공은 형식상 자율이지만, 대대적으로 참여가 권장되며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지하철 개찰구를 신속하게 통과하게 해주는 카메라는 시민들을 감시하고 식별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당국은 생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범죄 소탕뿐 아니라 집회에 참여한 반정부 세력 등을 추적하기도 합니다.
지난 4월 한 러시아 록 뮤지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철도역에서 지명수배 중인 우크라이나 인사와 닮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가발이 아닌지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본 후에야 그를 풀어주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의 첨단 기술 기반 감시망은 더욱 강화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2022년 러시아인 수천 명이 징집을 피해 달아난 뒤 당국은 종전의 종이 문서와 효력이 동일한 인공지능 기반 전자 징집 통지서를 도입했습니다.
종이 문서 시절에는 입영을 피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인공지능 기반 현 시스템 하에서는 도피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근에는 대규모 동원령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징집 대상 연령대 남성들이 공포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사진작가 블라트 씨는 정부 포털 앱을 통해 의무 신체검사 출석 통지서를 받고서 이에 응하기 전까지 자신이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블라트 씨는 출석을 거부한 채 폐쇄회로 텔레비전 카메라가 두려워 더는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며 "모든 데이터가 넘어가기 때문에 완벽한 통제가 이뤄지고, 모든 발걸음이 추적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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