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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변형된 손가락에도 3천 안타-500홈런 친 야구 영웅 장훈

화상으로 변형된 손가락에도 3천 안타-500홈런 친 야구 영웅 장훈
▲ 1978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 시절 장훈.

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일 감정이 좋지 않던 1970∼1980년대 장훈(1940∼2026)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차별에 맞서 불굴의 투지로 한국인의 기상을 떨치던 야구인으로 유명했습니다.

특히 신체 결함을 이겨내고 1936년 출범한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유일하게 통산 3천 안타와 500홈런을 달성한 위대한 타자로 한국과 일본 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9일 별세한 장훈 위원의 오른손 손가락이 일반인과 비교해 판이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 사이에서 194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 모닥불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여파로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심하게 구부러지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달라붙었습니다.

오른손 손바닥도 제구실을 못 해 악력이 심하게 떨어지자 장훈 위원은 어쩔 수 없이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변신했습니다.

왼손잡이라지만, 타격할 때 방망이를 휘두르려면 오른손으로 끝까지 밀어줘야 합니다.

그 성치 않은 오른손을 활용해 장훈은 일본프로야구에서 타격왕 7번, 출루왕 9번, 최다 안타왕 3번을 차지하고 신인왕, 최우수선수도 받은 대타자가 됐습니다.

요즘엔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어 일본에서만 장훈이 남긴 3천85안타는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유일하게 안타 3천 개를 넘긴 장훈은 홈런도 504개를 쳐 정교함과 펀치력을 동시에 뽐냈습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탓에 누나를 잃고 이후 아버지마저 여읜 장훈은 학창 시절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 학생들에게 주먹으로 맞서는 등 방황하다가 뛰어난 실력으로 야구에 매진해 프로 선수로 성장하게 됩니다.

장훈이 일본프로야구 규정을 바꾼 일 또한 잘 알려진 일화입니다.

장훈을 영입하려던 도에이 플라이어스 구단(현 닛폰햄 파이터스)은 팀당 외국인 선수를 2명으로 제한하던 당시 규정에 따라 장훈에게 일본 귀화를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조국을 팔면서까지 야구할 필요 없다"던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로 장훈은 한국 국적 보유로 맞섰고, 결국 일본야구기구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는 국적이 외국일지라도 외국인 선수 규정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신설해 장훈의 프로행을 승인했습니다.

이 규정 덕분에 이후 적지 않은 재일동포 선수들이 한국인의 자존심을 유지하며 일본프로야구를 누비게 됐습니다.

장훈과 '안타 제조기'라는 말은 동의어입니다.

20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쳤고 그중 9번은 한 시즌에 150안타 이상을 때렸습니다.

9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해 일본프로야구 이 부문 기록을 보유 중입니다.

발도 빨라 도루도 319개나 남겼습니다.

타율 3할과 500홈런, 300도루를 모두 달성한 일본프로야구 유일한 타자입니다.

키 181㎝, 몸무게 85㎏로 우람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안타, 장타로 장훈은 딱히 번트를 댈 필요가 없어 통산 4개의 희생번트만 댔습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엔 일본의 야구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의 스퀴즈 번트 사인을 무시하고 안타를 쳐 경기 후 나가시마 감독에게 한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타율 0.3834로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고 타율 기록을 19년 만에 갈아치운 1970년에 장훈은 희생번트가 아닌 자신이 살기 위해 대는 세이프티 번트로 타율 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천하의 장훈이 번트로 단일 시즌 타율 신기록을 쓰자 '비겁하다'는 비판론도 등장했지만, 장훈은 훗날 "도리어 세이프티 번트를 자주 대지 않아 타율 4할을 못 친 게 아쉽다"는 취지로 술회했습니다.

장훈의 타율 0.3834는 랜디 바스가 1986년 0.389로 높일 때까지 26년간 일본프로야구 단일시즌 최고 타율 기록을 유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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