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저탄소' K팝 콘서트, 직접 가 보니
[한문규 /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 : 공연 산업에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이거를 시도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 페스티벌 소주제 자체가 '스타트 웨이브'예요. 한 걸음씩 나아가 보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관객석에도 낯선 장면이 있었습니다. 전광판에 QR코드가 뜨는데, 찍으면 '나의 탄소 발자국 알아보기'라는 페이지가 나옵니다. 관객은 출발지와 교통수단을 입력하고, 다양한 설문에 참여를 하는데요, 바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문규 /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 : 탄소 배출량 같은 경우는 대부분 관객 이동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냐, 자가용을 이용해서 오냐를 측정하고 있고요. 공연에 사용하는 전기량도 측정하고 있어요.]
[조효진/탄소중립서비스업체 대표 : (행사 중반까지) 집계했을 때는 일반 K팝이나 페스티벌 콘서트 대비해서 줄어든 (배출 탄소량) 부분은 20% 정도입니다.]
물론 공연 전체 배출량이 20% 줄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연 전체 배출량은 행사가 끝난 뒤에 전력 사용량과 관객·스태프 이동 등을 합산해서 계산됩니다. 그렇다고 이번 공연을 '탄소중립 공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사실 아닙니다.
[한문규 /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 : 다 상쇄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조차 좀 조심스럽다 보니까… (탄소 중립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하는 그런 단계라는 말씀이시죠?) 네.]
즐기려고 가는 콘서트, 탄소까지 계산?
해외 공연은 어떨까?
배터리를 쓴다고 자동으로 저탄소가 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전기로 충전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페스티벌이 사용 전력에 대응해서 재생에너지 인증서, REC를 구매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개별 공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력망 자체의 <탈탄소화>도 함께 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K팝 기획사들은?
[김나연/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 : 변화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탄소를 저감하는 활동은 아직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팬들의 마음은 이미 앞서 있습니다. 전 세계 케이팝 팬 601명에게 물었더니 92%가 더 많은 저탄소 콘서트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본 팬은 14%에 불과했죠. 팬들이 가장 원하는 변화가 뭔지도 물었는데요, 1위가 재생에너지 무대도, 플라스틱 금지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돌이 직접 기후 메시지를 전하는 것', 58.6%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게 실제로 얼마나 힘이 있는지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2021년 블랙핑크가 COP26 홍보대사로 기후행동 캠페인에 나섰는데요, 전 세계 팬들의 반응이 얼마나 컸는지 당시 영국 총리가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낼 정도였습니다. 케이팝포플래닛도 바로 이 장면을 보고 "팬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팬들이 왜 이렇게 절실할까, 캠페이너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나는 공간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팬들을 기후 행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왜 국내에선 확산이 어려울까요? 이번 페스티벌 기획자의 답이 의외였습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한문규 /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 : 친환경으로 공연에 적용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의 니즈와 공연을 하시는 분들의 니즈가 서로 겹치지 않아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바꾸고 싶어 하는데 그들 사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어려울 거예요.]
기후테크 업계와 공연 업계의 필요와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두 업계를 연결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비용 문제도 현실입니다.
[한문규 /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 :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에도 비용이 들고요. 전기발전차도 아직은 비용이 더 들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비용이 더 드는 페스티벌은 맞습니다.]
여기에 제도적 기반도 아직인데요, 정부의 녹색행사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2008년에 만들어진 기준입니다. 지금의 K팝 공연 산업과 탄소 측정 방식에 맞는 통일된 최신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대형 공연장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공연산업은 문체부, 탄소·에너지 정책은 기후부와 맞물립니다. 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만큼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도 움직임은 시작됐습니다. 주최 측은 내년부터 서울과 인천에서 각각 한 차례씩 공연을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고, 함께하자는 지자체 연락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국회에서도 정부와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탄소중립 공연 가이드라인 협의체 구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커트 랭 / 빌리 아일리시 '오버히티드' 프로듀서 : 대표적인 K팝 아티스트와 기획사가 저탄소 기준을 도입하면, 다른 모든 아티스트들이 따라가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될 것입니다.]
세계의 무대를 바꾼 K팝, 이제는 무대를 '만드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을지, 그 첫걸음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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