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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찾아 수백 킬로 헤매…"시신만이라도 찾았으면"

남편 찾아 수백 킬로 헤매…"시신만이라도 찾았으면"
▲ 남동발전에서 일하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달라며 남편 사진을 보여주는 선기다 카르키(43) 씨

"카트만두에 있는 병원, 트리슐리 군사기지, 둔체 군부대 등 수백㎞를 헤맸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제발 남편 시신만이라도 찾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네요."

어제(30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6시간가량 남쪽으로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도시 치트완에서 선기다 카르키(43) 씨는 "남편이 남동발전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실종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치트완은 산사태·대홍수가 발생한 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서 약 180㎞ 떨어진 곳입니다.

라수와 지역에서 시작되는 트리슐리 강은 치트완을 흐르는 나라야니 강으로 이어집니다.

나라야니 강에서는 대홍수 발생 후 지금까지 수백 구의 주검이 발견됐습니다.

카르키 씨도 이 소식을 듣고 남편 시신만이라도 찾겠다는 희망을 품고 이곳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한국인이냐'고 먼저 묻고는 제발 남편을 찾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카르키 씨는 "홍수가 난 날 남편과 오전 9시 5분까지 통화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누가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며 "그때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봤지만 (생존자·사망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치트완에서도 병원, 경찰서를 다 돌아다녔지만, 남편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울먹였습니다.

카르키 씨를 만난 곳은 치트완 바랏푸르 지역 무역센터였습니다.

이곳은 수습된 희생자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임시 사무실로 쓰이고 있습니다.

무역센터 건물 안 모니터에서는 강에서 수습한 희생자 사진이 차례로 나타났습니다.

신분증이 함께 발견된 경우에는 신분증 사진도 화면에 함께 표시됐습니다.

50여 명의 가족들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혹시 있을지 모를 실종 가족의 사진을 찾았습니다.

가족이 맞는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문의해 신원 확인 절차를 밟은 뒤 인계받을 수 있습니다.

치트완 주민 기타 구루(32) 씨도 남동생 2명을 찾기 위해 무역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구루 씨는 "아버지와 남동생 두 명이 라수와에 있는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살아 돌아왔고 남동생들은 실종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친척들도 각지에 흩어져 함께 찾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고 했습니다.

무역센터 바로 옆 건물은 영안실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습된 희생자 69명이 안치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이날도 나라야니 강에서는 수습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제복 차림의 경찰관과 군인, 실종자를 찾는 가족, 주민들이 강을 따라 곳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희생자가 발견되면 경찰이 특징을 기록한 뒤 병원 영안실 또는 임시 영안소 등으로 이송합니다.

나라야니 강은 대홍수 여파로 유량이 무섭게 불어나 있고 유속도 매우 빨랐습니다.

인근 마을 주민 데르 비놋구를라코티(35) 씨는 "홍수가 난 날 오후 4시부터 나라야니 강에 온갖 것들이 떠내려왔다"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살람 미아(36) 씨는 "며칠간 목격한 일에 마음이 아팠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소리 사포타(50) 씨는 "결혼하면서 치트완으로 이주해 35년간 이 동네에 살았는데 정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네팔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대홍수로 이날 오후 기준 네팔 내 사망자는 최소 734명, 실종자는 외국인 589명을 포함해 총 2천49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외국인 실종자는 30여 개국 국적이며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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