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미국을 매도하는 시장..75일 간의 불확실성 [이브닝 브리핑]

美국채금리 불안 뒤엔 트럼프의 리더십 위기

미국을 매도하는 시장..75일 간의 불확실성 [이브닝 브리핑]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호재가 있었지만 주가가 오늘(20일) 다시 급반등한 것은 미국 재무부의 자국 국채 대량매입(‘바이 백’) 소식이 컸다. 미 정부가 시장 금리 방어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한 한시적 안도감이다. 국채 금리 불안 속에 소환되는 사건이 4년 전의 이른바 ‘트러스 쇼크’(Truss Shock)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 내각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모자란 돈은 국채를 발행해 메우겠다고 하자, 투자자들의 영국 국채 투매 사태가 벌어져 금리가 폭등한 것이다. 트러스는 44일 만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모양새는 이와 많이 닮아있다. ‘글로벌 대표 안전자산’이라던 미국 국채 값이 19년 만에 가장 싸진 것(금리 상승)은, 기본적으로 미국 채권을 파는 투자자가 많아서이다. 개인과 기관도 팔지만 외국 정부들이 팔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총 국가부채는 결국 19일(현지시간) 발표기준 40조 달러를 넘었다. 총 40조470억 달러로 한화 5경5천645조원 규모이다. 이를 메우려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하고, 투자자가 이 채권을 사게 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금리가 더 오르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그런데 케빈 워시 의장의 미국 연준(Fed)은 금리 인하 등의 통화긴축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미국 국채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시장의 질서를 미국의 정치 상황이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미국 중간선거까지 앞으로 75일은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의 긴 터널이 될 전망이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

베선트의 승부수, 시장은 안도할까?

미국 장기 국채 ‘바이백’(정부가 국채를 되사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조치)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약 2조7천700억 원)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2배 확대한다는 전격발표에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5.3%대에서 5.2% 안팎까지 떨어졌다. 뉴욕증시도 상승하자 월스트릿저널(WSJ)은 "베선트가 미국 채권 거래 총사령관으로서 역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조치의 유효기간은 11월4일 중간선거 바로 다음 날인 미국 재무부의 차기 국채발행 계획 발표 시점까지이다. 또 바이백 규모는 1,280억 달러 수준으로 10년에서 30년 만기 국채 발행 총 잔액의 2.4% 수준이라 장기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근본적인 금리 상승 요인은 여전한데 미봉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최근 이어진 베선트 장관의 돌출 행보였다. 하나는 지난달 31일 일본 엔화가치 약세에 대한 파격적 개입이었다. ‘우방국에 대한 지원’을 말했지만, 실제 목적은 엔화 약세가 심해지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시도들이다. 지난 3일 베선트는 연준(Fed)이 환매조건부채권 거래제도(FIMA)를 바꿔야 한다고 SNS를 통해 공개 요구했다. FIMA는 미 연준이 다른나라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빌려주는 시스템인데, 이 한도를 대폭 늘리라는 것이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헤지펀드 매니저의 이력을 가진 그가 미국 재무부 장관 역할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에 치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고, 이에 따른 반작용이 우려된다는 불안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황이 그만큼 급하다는 관측이 불안감을 낳는다.
8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갑자기 북미대화?..“바닥이 드러난 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는 대부분 오르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유가의 재상승이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넘으며 불안감이 커졌다. 미국 정부의 고질적인 부채 증가는 대이란 전쟁 비용이 추가 타격이 됐다. 여기에 다른 한 축의 금리 상승 요인은 AI산업 확장에 따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조달이다. 시설투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도 높아졌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연 금리 6~7%의 빅테크 회사채라는 대안이 생기면서, 국채 투자 선호심리가 약해졌다. 국채 발행을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하는 악순환이 작동하고 있다.
 
중간선거가 임박한 트럼프 행정부의 위기감은 미국 내 생활유가 상승이 키우고 있다. 갤런당 2~3달러대인 동네 주유소 가격이 4달러 선으로 고착되고 있고, 디젤유는 5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가에 근접한 상태이다. 가을을 넘어 겨울이 다가오면서 난방유 확보에 따른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추진 선언은 시장엔 당혹스럽다. 호르무즈 해협의 혼돈이 사실상 방치된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통한 경제적 고립작전을 내놓은 것은 국제유가의 장기적 혼돈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하겠다는 트럼프의 행보는 ①중간선거 전에 아시아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려는 단편적인 목적, ②사실상 실패로 귀결되고 있는 대이란 전쟁의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 ③또 중동에서의 소모전으로 취약해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억지력을 북미대화를 통한 긴장완화로 버티려는 전략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비상식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내 국정운영이 물가상승과 재정악화라는 실패 수순을 밟자 사실상 즉흥적인 정치 이벤트를 벌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 평론가들과 언론은 ‘트럼프 리더십이 이제 바닥을 드러낸 셈’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8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본질은 ‘리더십 위기’..불확실성 대비하는 시장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국제유가 불안의 장기화는 주요국 장기 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의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9일 연 4.751%를 기록하며 2012년 첫 발행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상승 폭을 설명하기 어렵다. 원유 수입국으로서의 물가 상승과 재정지출 확대 부담은 일본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8일 2.945%를 기록해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두 글로벌 금리의 기준점인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이 기본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일 30년 만기 국채 금리
트럼프의 리더십 위기와 맞물려 전망은 안갯속이다. 먼저 미국·이란 전쟁의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으로 안정돼야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수 있다. 중간선거 명분이 급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을 미봉책으로 남겨두고 다른 이벤트에 집중할수록 불확실성은 커질 텐데, 국채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이례적 행보를 보이는 모습은 마땅한 해법이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장에 부담을 주는 형국이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을 바라는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려는 심리가 강해진다. S&P500 지수와 다우 지수가 연일 고점을 경신한 시점에선 고점 심리도 작용할 수 있다. AI시설 투자가 급한 빅테크 기업들은 금리가 오르면 현금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 다음 주인 20일과 21일 글로벌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할 ‘잭슨홀 미팅’의 분위기와 케빈 워시 의장의 메시지가 주목된다. 미국 중간선거까지 남은 두 달 반의 시간, 미국 내 여론은 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이 앞서고 있다. 시장에선 의회가 견제와 균형 상태를 구축하면 장기 금리가 안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