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장성들 잡는 데 실패한 종합특검이 의외의 군인을 노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합참 공보실장을 지낸 A 대령입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 포고령을 국방부 출입기자 등에게 문자로 전달케 했다는 이유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되는 모양입니다.
여당 정치인들 사이에서 돌았던 "계엄에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말이 사실이었나 봅니다. 기자들에게 포고령을 문자 전송하도록 한 것이 내란중요임무종사라니… 그렇다면 포고령을 TV, 신문, 인터넷에 올려 시민들에게 알린 기자들에게는 내란방조 정도의 혐의는 적용될 터. A 대령의 처지를 보며 마음 착잡하기는 군인뿐 아니라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방부 기자들에게 포고령 문자 발송케 했다고 내란범?
12·3 계엄 때도 비슷했습니다. 기자는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틈틈이 군인들에게 전화해서 계엄사령관이 누구인지, 포고령 내용은 무엇인지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계엄의 성격과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꼭 취재해서 보도해야 하는 팩트들이었습니다. 밤 11시 23분 익숙한 합참 공보실 전화번호로 포고령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후부터 합참의 포고령 문자 메시지 붙들고 라이브 방송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에 앞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 자리에 앉혔고, 포고령 언론 배포를 명령했습니다. 당연히 합참 공보실에 맡겨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고령 문구는 당시 합참 공보실장이었던 A 대령에게 하달됐습니다. A 대령은 늘 하던 대로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포고령을 보내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종합특검은 A 대령의 포고령 문자 발송 지시 하나를 콕 짚어서 내란중요임무종사로 몰고 있다", "계엄에 스쳐도 사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종합특검에서는 절대적인 수사 원칙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출입기자 B 씨는 "A 대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몇몇 기자, 군인들과 술 마시다가 계엄 선포에 놀라 합참으로 복귀했다", "계엄을 사전에 알았던 것도 아니고, 포고령을 작성한 것도 아니고, 포고령 언론 배포를 최초 지시한 것도 아닌데 중요임무종사 내란범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른 국방부 출입기자 C 씨는 "합참 공보실 문자를 받고 포고령을 보도했던 사람으로서 합참 장교들 얼굴 보기가 민망하다"며 혀를 찼습니다.
돌아서는 군심…무너지는 장교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며 육사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이틀 뒤 발표된 육군 중령 진급 인사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현실화했습니다. 정훈병과 중령 진급자 8명 중에서 육사 출신은 0명이었습니다. 공병병과 중령 진급자 25명 가운데 육사 출신은 단 3명에 그쳤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육사 힘 빼기를 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숫제 육사 숙청을 하는 형국입니다. 죄 없이 군복 벗은 주성운, 이승오, 안찬명 장군이 육사 출신입니다. 기자들에게 포고령 문자 보내게 했다는 이유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A 대령도 육사 출신입니다. 육사 출신의 영관급 진급도 무더기로 저지됐습니다. 육사 출신 장군 배출의 길이 막힌 것입니다. 육사 출신의 한 40대 장교는 "빨리 전역해서 새로운 인생 일구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비육사 출신들은 몰락하고, 육사 출신들은 부활하기 마련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났던 장면들입니다. 민주당 정부에서 육사 출신들 떠나고, 국민의힘 정부에서 비육사 출신들 떠나고… 멀쩡한 장교들은 군대에서 버티기 어려운 구조라서 비육사 출신들도 육사 출신 퇴출 사태가 반가울 리 없습니다. 비육사 출신의 한 육군 장교는 "군대에서 고갱이는 사라지고 쭉정이만 남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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