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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설계'로 새 바이러스 16종 만들었다…실제 번식까지

'AI설계'로 새 바이러스 16종 만들었다…실제 번식까지
AI를 이용한 박테리오파지 게놈 설계 개념도 (사진=사이언스 논문 캡처, 연합뉴스)
▲ AI를 이용한 박테리오파지 게놈 설계 개념도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이 설계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신종 바이러스 16종을 만들어내고 이들이 실제로 번식하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AI에 기반한 생명공학 발전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AI의 힘을 빌려 세상에 없던 바이러스를 더욱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이런 기술이 생물무기 제작에 악용될 가능성에 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스탠퍼드대와 아크 연구소(Arc Institute) 등에 소속된 과학자들은 현지시간 6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유전체 언어 모델을 이용한 박테리오파지의 생성적 설계'(Generative design of bacteriophages with genome language model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 교신저자는 아크 연구소에서 '혁신 탐구자'(Innovation Investigator) 직책을 겸직하고 있는 브라이언 히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조교수입니다.

연구진은 'ΦX174'(파이엑스174)라는 박테리오파지를 골라서 AI 모델이 설계할 게놈(유전체)의 기본 틀로 삼았습니다.

'박테리오파지'란 세균(박테리아)을 감염시켜서 숙주로 삼아 번식하는 바이러스를 가리킵니다.

줄여서 흔히 '파지'라고 부릅니다.

연구진이 ΦX174를 기본 틀로 선택한 이유는 이 파지가 오로지 대장균(E.coli)만 감염시켜 파괴하며 인체 등에는 무해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AI 모델로는 유전체 언어모델 '이보(Evo) 1·2'가 사용됐습니다.

이 모델은 수백만 건의 자연 유전체들을 학습하고 추가로 ΦX174와 이에 가까운 다른 파지들의 유전체 자료를 추가로 학습한 후, 번식할 수 있는 신종 파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을 생성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후보 유전체는 약 70만 건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 중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약 300건을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실험실에서 시험했습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16종의 파지가 실제로 번식할 수 있고 이들의 유전 정보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 파지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이 중 일부를 혼합한 조합에서는 자연 ΦX174에 내성을 가진 대장균도 빠르게 감염시켜 파괴하는 능력이 확인됐습니다.

이와 비교 대상으로 삼은 자연 ΦX174 유사 파지들의 혼합 조합에는 이런 능력이 없었습니다.

NYT에 따르면 이보가 학습한 동물, 식물, 미생물, 바이러스 등 수백만 건의 유전체 정보 분량은 약 9조 염기쌍(bp)에 해당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번에 설계된 파지의 유전정보 분량은 염기쌍 약 5천400 bp였습니다.

파지 등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살아 있는' 생물은 아닙니다.

살아 있는 세포 중 유전정보가 가장 적은 것은 약 50만 bp이며, 인간 유전체는 약 30억 bp입니다.

논문 교신저자 히 교수는 AI에 의한 유전체 생성 방식으로 본격적인 생물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아마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구진이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는 데에 틀림없이 관심이 있다"고 BBC에 말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대 맨체스터생명기술연구소장인 패트릭 차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정표"라며 "유전체 언어 모델들이 진화에 새겨진 설계 원리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AI를 활용해 유전체를 설계하는 길이 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이언스 논문과 동시에 발간된 'AI로 설계된 바이러스 유전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소속 연구원 토머스 잉글스비 박사와 모리츠 행키 박사는 이번 연구가 "시급한 생물안전과 생물보안 문제를 제기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논평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해 바이러스 유전체를 만드는 능력이 이제 존재한다. 이를 안전하게 유도할 거버넌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술이 제약 없이 더욱 발달하고 악용되면 치명적 독성이나 대량살상 능력을 가진 생물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행키 박사는 앞으로는 "헤이, 유전체 언어모델, 전파력이 더 강하거나 더 치명적이 되도록 조작된 인플루엔자(독감) 유전체를 만들어줘"라고 지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NYT에 말했습니다.

(사진=사이언스 논문 캡처,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공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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