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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인의 문제적 유럽] "감히 알제리랑 친해져? 열 받네!"…'세우타 사태', 알고 보니 모로코의 '큰 그림'?

00:00 인트로 
00:35 하루 아침에 6만 명 쏟아져 들어왔다 
01:58 한꺼번에 대규모로 국경 넘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03:10 '알제리랑 친하게 지낸다고? 열 받네!'
04:28 유럽 전체로 튀어버린 불똥

파리입니다. 오늘은 이민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유럽 뉴스는 세우타 이야기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한국에도 많은 사람들이 국경 검문소를 허물고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오는 충격적인 장면이 전해졌습니다. 사실 저도 그 처음 장면을 보고서 AI가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그 장소가 바로 세우타란 곳인데, 지난 주말 6만 명 정도 되는 모로코 사람들이 스페인령인 세우타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1. 하루 아침에 6만 명 쏟아져 들어왔다
지금은 스페인군이 투입이 돼서 대다수 사람들은 모로코로 돌려보낸 상태입니다.

[스페인군 안내 방송 : 돌아가 주세요. 스페인이나 모로코에서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국경으로 몰려들면서 숨진 모로코 사람도 70명이 넘는 상태입니다. 인구가 8만 명이 갓 넘는 세우타란 곳에 6만 명이 쏟아져 들어온 상황인데 모로코 사람들이 해를 아무리 끼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우타 사람들은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대처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로 바꿔서 말을 해보면 인구 70만 명쯤 되는 제주도에 어딘가에서 갑자기 하루 이틀 만에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허가도 없이 50만 명 정도가 그냥 쏟아져 들어온 상황인 겁니다.

[리디아/스페인 세우타 주민 : 이주민이 먹고 잘 데 없으면, 우리 집에 쳐들어올 겁니다. 우리를 쫓아내고 공격할 겁니다.]

이 세우타를 짧게 설명하면 스페인에 붙은 땅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륙에 있는 스페인 영토입니다. 모로코와 붙어 있는 도시여서 과거에도 적지 않은 모로코 사람들이 불법 입국을 하던 그런 곳입니다. 지난 2021년에도 8천 명가량이 한꺼번에 넘어온 적이 있는데 이번처럼 6만 명이란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한 번에 들어온 건 처음입니다. 당시 국경 주변에 스페인 국경 관리요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손을 쓰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고 충격적이었습니다.

2. 한꺼번에 대규모로 국경 넘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한꺼번에 전례 없는 대규모로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었을까. 사태 초기부터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여러 언론들이 취재를 하고 스페인 당국도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뾰족한 답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뭔가 조직적인 행동은 아니었단 겁니다. 다만, 국경을 지키고 있던 모로코 쪽에서 국경 감시가 느슨해졌다는 증언이 여럿 나왔고요. 그 소식이 모로코에서 SNS를 통해서 빠르게 전파가 되면서 모로코를 탈출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한 번에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라는 게 공통적인 이야기입니다. 청년 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모로코에서는 특히 청년들이 모로코를 탈출해서 유럽에 가서 돈을 벌어서 본국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상태입니다.

[모로코 출신 이주민 : 좋은 선생님들도 없고, 모로코의 삶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헤엄쳐서 온 거죠.]

결국 조직적인 사전 계획으로 만들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모로코 탈출 의지가 아주 가득 찬 곳에서 국경 감시를 느슨하게 한 이 사태의 단초는 분명 모로코 정부가 제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알제리랑 친하게 지낸다고? 열 받네!'
그렇다면 모로코 정부는 하필 왜 이 때 국경 감시를 소홀히 해서 불법 이민자들이 스페인 국경을 한방에 무너뜨리도록 방조를 했을까요. 여기선 또 스페인과 모로코 말고 알제리란 나라가 등장합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모로코와 알제리는 이웃한 나라입니다. 국경지대 영토를 두고 서로 다투고 있는 그런 사이입니다. 앙숙 같은 관계인데 스페인 총리가 세우타 사태 열흘 전쯤인 지난달 20일에 알제리를 방문했습니다. 사실 원래 스페인은 모로코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랬던 스페인이 알제리를 찾아가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모로코 입장에선 열이 안 받을 수가 없었던 상황입니다. 그 후 열흘 만에 세우타 국경이 모로코 사람들로 무력하게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모로코 정부가 보복 차원에서 계획한 작전이었다고 꼬집어서 말할 증거는 없지만 모로코 정부가 국경 관리를 허술하게 하면서 불법 이민을 방조한 건 뭔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는 있는 겁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충격적인 국경 무력화 사태를 전세계가 목격했지만 일단 세우타 현지는 모로코인들이 대다수 쫓겨나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4. 유럽 전체로 튀어버린 불똥
그런데 문제는 이게 불똥이 유럽 전체로 튀어버렸습니다. 유럽은 이민자 문제로 조용한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이민자 문제가 심각합니다. 유럽에서 극우나 보수 세력이 지지를 받고 있는 주요 이유가 바로 이민자 강력 대응 입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세우타 사태가 터지니까 당장 유럽 내 다른 나라들이 스페인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니들이 국경관리를 잘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고 불법 이민자들이 허술한 너희 스페인을 통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어떡하냐는 겁니다. 당장, 이탈리아는 한 달 동안 스페인 입국자에 한해서 입국심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도 스페인과 붙어있는 육로 국경 검문 인력을 3배 더 늘려서 감시를 강화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유럽 국가들은 셍겐 조약이란 걸 맺어서 여권 검사 없이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가 있습니다. 이걸 스페인 출국자들에겐 예외로 하겠다는 건데 아직 직접 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은 이탈리아의 입국 심사 강화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핀란드 내무장관은 스페인이 셍겐지역 국경보호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에는 EU 수장인 집행위원장까지 나서서 불법 이민을 용납할 수 없다고 스페인에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집행위원장은 EU 회원국 사이에 갈등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는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6만 명이란 충격적인 숫자가 밀려오니까 집행위원장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세우타는 스페인 영토이긴 하지만 스페인 본토처럼 다른 유럽을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심지어 스페인 본토로 들어갈 때도 신원확인을 다 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도 이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이민자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안 좋다 보니까 정치인들이 강경 대응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안에선 국민들한테 혼나고 있는 스페인 정부는 밖에서도 핀잔을 듣게 되니까 많이 서운한 모양입니다. 특히 이탈리아한테 불만인데 2021년 이후에 불법 입국은 스페인보다 너네 이탈리아가 두 배나 더 많다고 니들이나 잘하라는 식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분명 세우타 사태는 스페인이 영토를 침해당한 사건이고 앞으로 잘 하겠지만 우리 유럽연합 국가끼리는 서로 입국 심사 강화 같은 연대를 깨는 일은 하지 말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스페인에 대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불만이 쌓여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 욕을 크게 듣고 있는 겁니다. 이번 주 급하게 EU 내무장관들이 회의를 해서 대책을 논의하고 사태 수습을 방안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세우타 사태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점점 이민자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이 유럽에서 이민자 문제가 얼마나 휘발성이 큰 지, 얼마나 약한 고리인지 이번에 또 확인을 했습니다. 때문에 제2, 제3의 세우타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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