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프랑스 남동부 오랑주의 한 아파트에서 영아 5명의 유골과 시신이 발견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32세 여성이 다른 아이를 출산한 뒤 집안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유골이 발견됐는데 '임신 부인'이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06년 서울 '서래마을 사건', 2023년 '수원 냉장고 영아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와 한국 모두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1. 상자 속에서 발견된 5명의 영아
프랑스 남동부 오랑주의 한 아파트에서 영아 유골과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오랑주는 프랑스 남부 보클뤼즈주에 위치한 인구 약 3만 명의 소도시로, 평화로운 주택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현지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법의학자는 "발견된 뼈와 부패한 시신은 총 5명의 영아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검찰은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형법상 미성년자 대상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사망 원인과 유기 시점을 규명하기 위해 국가경찰의 조직·전문범죄 부서가 즉시 투입됐습니다.
2. 다툼에서 비롯된 충격적인 발견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경위는 이렇습니다.
32세 여성이 지난 26일 일요일, 집에서 아기를 홀로 출산했습니다. 같이 사는 32세 남성 파트너는 "또다시 아주 늦게 파트너의 임신 사실을 알게 돼 불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튿날인 월요일, 여성이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된 사이, 남성은 집에 남아있던 밀봉된 상자들의 내용물을 놓고 파트너와 다퉜던 일을 계기로 직접 상자들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사람의 유골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고, 부패한 영아 시신 1구를 병원으로 가져갔습니다.
병원은 즉시 신고했고, 월요일 저녁 수색이 진행됐습니다. 상자들에서 추가로 영아 4명의 뼈가 발견됐습니다.
수사 관계자는 르파리지앵(Le Parisien)에 "이 여성은 이번에 세 번째 아이를 출산했으며, 이는 세 번째 '임신 부인(Denial of Pregnancy)'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임신 부인', 즉 여성이 임신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임신을 이어가다 출산까지 이른 사례가 이번이 세 번째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는 사건 초기에 파악된 것으로, 실제 이보다 더 많은 '임신 부인'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부패한 시신에 대한 부검과 함께 뼈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DNA 감식 및 유전자 검사를 통해 영아들의 생물학적 부모가 이 두 사람인지와 정확한 사망 시점을 파악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여성은 여전히 입원 중이며 아직 조사받지 않은 상태입니다. 남성은 파트너의 임신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고, 자발적으로 조사받은 뒤 석방됐습니다.
3. '임신 부인'이란 무엇인가
'임신 부인'은 단순한 거짓말이나 은폐가 아니라, 의학계에서 실제로 인정하는 심리적·신체적 증상입니다.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상태로, 임신 20주가 지나도록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도 임신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배가 눈에 띄게 나오지 않거나, 태동을 느끼지 못하거나, 월경이 불규칙하게 유지되는 등 신체적 징후 자체가 약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 진통을 소화불량이나 변비로 착각해 병원 대신 화장실로 향했다가 그 자리에서 출산하는 사례도 보고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심리적 억압 기제로 설명합니다. 원치 않은 임신, 경제적 곤란, 관계의 불안정성, 이미 다른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부담감 등이 겹치면 뇌가 임신이라는 현실 자체를 인지 영역에서 차단해버린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출산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갓 태어난 아기를 '현실이 아닌 존재'로 받아들이는 극단적인 판단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와 한국의 여러 재판에서 '임신 부인'은 형량을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4. "매력적이고 평범한 이웃"
이 동거 커플에겐 이미 8살, 9살 자녀 2명이 있습니다. 남성은 직장에 다니고 여성은 전업주부였습니다.
한 이웃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 커플이 "30대의 매력적인 사람들"이며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이웃은 "엄마는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밥을 먹였고, 아빠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왔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자녀 2명을 아동복지 서비스에 의뢰해 긴급 상황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26일 태어난 신생아에 대해서도 임시 보호 명령이 내려졌고, 소년법원 판사에게 회부될 예정입니다.
5. 반복되는 프랑스의 비극
프랑스에선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반복돼 왔습니다.
지난 3월, 44세 여성이 신생아 2명을 살해해 냉동실에 보관한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았고 2018년엔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신생아 5명을 익사시킨 뒤 냉동 보관한 혐의로 8년형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신생아 여러 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 대해 배심원단이 "판단 능력이 손상됐다"고 인정해 감형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프랑스 사법부가 '임신 부인'을 범죄의 정상 참작 사유로 폭넓게 받아들여 왔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처벌만으로는 비극의 반복을 막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6. 2006년 서래마을 사건 — 한국을 뒤흔든 '냉동 아기'
이러한 '임신 부인'과 영아 유기 비극은 한국에서도 벌어졌던 일이 있습니다. 20년 전인 2006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벌어진 '영아 살해·유기 사건'입니다.
당시 서래마을에는 르노삼성에 근무하던 프랑스인 남성 장 루이 쿠르조와 그의 아내 베로니크 쿠르조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2006년 7월 23일,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먼저 귀국한 장 루이는 자택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정밀 DNA 감식을 통해 장 루이가 친부라는 사실을 먼저 밝혀냈고, 이어 베로니크의 칫솔과 귀이개에서 채취한 DNA로 그녀가 친모라는 사실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 무렵 부부는 이미 프랑스로 출국한 뒤였고, "한국 수사당국의 DNA 분석을 믿을 수 없다"며 돌아오는 것을 거부해 도피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해 9월, 프랑스 검찰이 부부를 긴급 체포했고, 베로니크는 "남편 몰래 저지른 단독 범행"이라며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임신 중 살해 충동을 느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목을 졸라 죽였다"는 진술이었습니다. 2002년과 2003년, 남편의 출장 중 홀로 욕조에서 낳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세 번째 희생자의 존재도 추가로 드러나, 결국 그녀가 살해한 아이는 총 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프랑스 오를레앙 중죄재판소는 그녀에게 '임신거부증'이라는 정신적 요인을 참작해 최종적으로 징역 8년을 선고했고, 베로니크는 이후 언론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4년 만에 가석방됐습니다. 이 사건은 '임신 부인'이라는 현상을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널리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7. 2023년 수원 냉장고 사건과 '유령 아동'
한국에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23년입니다.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겁니다. 조사 결과 이 아이들은 2018년과 2019년, 당시 30대였던 친모가 출산 직후 살해해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고, 친모에겐 징역 8년이 최종 선고됐습니다.
사건의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뒤이어 벌인 전수조사에서, 이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임시신생아번호로만 남아 있던 아동이 2천여 명에 달했고, 이 중 11.7%인 249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601명은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됐고, 45명은 임시신생아번호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무연고 사망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존재는 했지만 국가 시스템에는 기록되지 않은 아이들을 두고 '유령 아동'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건 당시 SBS 분석에 따르면, 결핵 예방접종(BCG)을 받은 신생아 수와 실제 출생신고 건수 사이에는 매년 5천~6천 명대의 간극이 있었습니다. 즉 병원에서 태어나 예방접종까지 받았지만, 정작 국가에는 '태어난 적 없는 아이'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때 한국 법에서는 병원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할 의무가 없었고, 신고 책임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었습니다. 신고를 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없이 과태료 5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이 허점이 곧 영아 살해·유기 범죄의 사각지대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8. 제도적 대안: 위기 임산부를 위한 안전망
프랑스와 한국 두 나라 모두, 비극이 반복될 때마다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익명 출산제'를 운영해 왔습니다. 위기에 처한 임산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며, 출생 기록에도 산모의 이름을 남기지 않는 제도입니다. 다만 이번 오랑주 사건처럼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병원에 아예 가지 못한 경우에는 이 안전망도 작동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다시 확인됐습니다.
한국은 수원 사건을 계기로 두 개의 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출생통보제'로, 의료기관이 아이가 태어나면 그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다른 하나는 '위기임신보호출산법(보호출산제)'으로, 익명 출산을 원하는 위기 임산부가 신원 노출 없이 출산하고 상담·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두 법은 2023년 6월 국회를 통과해 2024년 7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신 부인' 현상은 본인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안되는 것이 산부인과 정기 검진과 연계한 고위험 임산부 조기 발견 체계, 고립된 임산부를 찾아가는 가정방문 상담 서비스, 그리고 위기 임신 상담 창구의 문턱을 낮추는 홍보 확대입니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이미 벌어진 비극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임신 사실이 드러나기 전 단계에서 위기를 포착하는 예방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그 제도가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Deep Dive Q&A
Q1. '임신 부인(Denial of Pregnancy)'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2006년 '서래마을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A. '임신 부인'은 여성이 무의식적·정신적으로 자신의 임신 사실을 완전히 거부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의학적 증상입니다. 임신 수개월이 지나도록 입덧이나 배부름 등 신체적 변화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6년 서울 서래마을에서 신생아 2명(이후 3명으로 확인)을 살해·유기했던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 사건 역시 재판 과정에서 '임신 부인' 증상이 인정되어 프랑스 법원에서 참작 요인으로 다루어졌고, 징역 8년이 선고됐습니다.
Q2. 이번 오랑주 영아 유기 사건 수사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카르팡트라 검찰청 지휘 아래 국가경찰 전문 범죄 수사 부서가 투입되어 발견된 부패 시신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을 실시합니다. 또한 4명의 영아 유골에 대해서는 정밀 DNA 분석 및 골격 분석을 진행해 해당 커플과의 친자 관계, 태아 상태에서의 사망 여부, 살해 가능성 등을 입증할 계획입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여성이 회복되는 대로 정식 구금 및 법의학적·정신감정 조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Q3. 한국과 프랑스 등 각국은 이러한 영아 유기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나요?
A. 프랑스는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익명 출산제'를 시행하여 위기 임산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안전하게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2023년 수원 영아 사건 이후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출생 사실을 의무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와, 위기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 및 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위기임신보호출산법(보호출산제)'을 2024년 7월부터 시행하며 법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고위험 임산부를 조기에 발견하는 상담·모니터링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