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은 반도체 기업에 편중된 국내 증시 구조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한 기계적 매도 압력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코스피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V-KOSPI 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급등하며 미국 증시와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문샷 AI가 고성능 AI 모델 K3를 공개하며 반도체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했으나, 오히려 AI 모델 효율성 증대로 인한 데이터 센터 수요 확장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7월은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연달아 이어지는 시즌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신기합니다. 실적은 '역대급'을 찍고 있는데, 시장은 그렇게 흘러가질 않으니까요. 오를 때는 찔끔 오르고, 내려갈 때는 우르르 내려가고. 그중에서도 국장의 변동성은 특히 심해서 투자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요즘 시장 변동성 이야기를 다양한 데이터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주 최강 실적 찍었는데... 주가는 왜?
7월 29일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64조 원 정도로 추정했는데요. 결과는 60.5조 원으로 나왔습니다. 영업이익 숫자도 대단하지만 특히 주목할만한 건 영업이익률입니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회사의 근본적인 수익성과 운영 효율성을 볼 수 있는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1분기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71.5%. 이번에는 그걸 뛰어넘어 76.3%를 찍어 버린 겁니다.
지난 7월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89.4조 원이었습니다. 세계에서 돈 제일 잘 버는 기업을 물으면 엔비디아, 구글, 애플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였죠. 이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이번 기록은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영업이익 수치입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있었던 1993년 이래로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그래프로 나타내봤습니다.
이런 실적을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한 때 10% 가까이 급락하기도 하면서 가격이 쭉쭉 빠졌고, 결국 6.9%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하락세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였고, 코스피는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되었어요.
사실 깜짝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건 국장에서만 관찰되는 게 아닙니다. 지난 7월 16일에는 TSMC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는데요, 영업이익은 7,666억 대만달러로 우리 돈 35조 3,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65.4% 늘어났지만 TSMC 주가는 다르게 흘러갔죠.
누군가 변동성을 묻거든 국장을 보게 하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나와도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을 보면 최근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간 변동성이 S&P500대비 무려 4.9배라고 하더라고요. 이 수치는 과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후 기록한 4.2배보다도 더 높은 겁니다.
9,000 포인트 돌파 이후에는 변동성이 엄청나게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사이드카가 일상이 될 정도로 말이죠. 얼마나 빈번하게 사이드카가 발동되었는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코스피 대형주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수인 '코스피200'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우수한 종목 200개의 시총을 묶어 지수화한 지표죠. 이 코스피200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V-KOSPI라는 지표가 따로 있습니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코스피 200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죠.
미국도 마찬가지로 S&P500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두 지표를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코스피200과 S&P500를 이루는 기업들의 구성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딱 차이가 나죠? S&P500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비중은 전체의 약 18% 정도밖에 되질 않습니다. 반도체 기업 주가가 출렁여도 다른 업종이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으니 괜찮은 겁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의 50%를 웃도는 구조다 보니 소수 종목의 충격이 시장 전체로 퍼질 수밖에 없는 거고요.
이렇게 반도체 종목에 의존성이 큰데 여기에 더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출시해 버리니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사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그냥 뚝딱하고 나온 건 아닙니다.
5월 27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고 그날 전체 시가총액이 약 4.4조 원이었는데, 2달도 안된 7월 15일엔 그 규모가 11.9조 원으로 급증했어요. ETF 운용사 입장에서는 매일 2배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전후로 보유한 주식 규모를 조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본주에도 추가적인 가격 변동 압력을 줄 수밖에 없게 되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꼬리가 도리어 몸통인 본주 가격에 영향을 주는 '왝더독'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급락에 이 단일종목 ETF의 기계적 매도가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ETF를 도입해서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배재규 대표도 SNS에 관련 글을 올렸어요.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서 판매하는 ETF임에도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에 나선 거죠.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ETF 도입이 급했다며 후회한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일단 당국은 시장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8월부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매매 시 기본 예탁금 요건을 현금 3,000만 원으로 상향했고요, 또 11월부터는 최소 20주씩 거래할 수 있도록 했죠. 물론 일각에서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고 아예 상장폐지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정부는 일단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딥시크에 이어 문샷 쇼크 닥친 반도체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16일 중국의 문샷AI가 자신들의 언어모델 키미의 신규 버전 K-3를 공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 직전에 공개해 버렸죠. K-3 모델의 파라미터는 무려 2.8조 개로 오픈웨이트 모델 가운데 가장 큰 모델입니다. 직전 모델 K-2가 1조 개였는데 거의 3배 가까이 커져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번 K-3에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성능이 어마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능을 가진 모델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문샷AI에서는 공개 3일 만에 신규 가입자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죠.
물론 가중치 파일을 받아서 셀프 호스팅을 해서 무료로 쓸 수는 있겠지만 2.8조 파라미터가 되는 모델을 돌리는 인프라를 생각하면 실제 운용은 어려울 겁니다.
여하튼 가뜩이나 변동성이 심했던 AI 반도체 시장에 중국발 문샷 쇼크가 터지면서 주식시장은 한 번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중국의 저렴한 모델이 성능도 미국 모델에 뒤지지 않으니까 미국 빅테크의 투자가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 들 수밖에 없어요. 인프라 투자로 벌려놓은 격차가 지속가능한지 의구심이 생기고, 당연히 인프라에 들어갈 반도체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K-3 모델이 공개된 다음 날,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그 주에 12.5%나 하락하면서 15개월 만에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죠.
왜냐하면 효율이 좋고 싼 모델이 나오면 더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에 가속도를 내게 될 거니까요. 사람들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요. 그러면 추론 연산을 할 AI 데이터센터가 더 많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당연히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들에게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이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장밋빛으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어느 누구도 못할 겁니다. 계속해서 AI와 반도체 시장에서는 가치평가가 이뤄지고 가격이 조정되는 시기가 이어질 테니까 말이죠.
역대급 실적에도 시장은 출렁이고, 거기에 더해 중국발 쇼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기업들이 분명히 있는 만큼,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발표 | SK 하이닉스
- 삼성전자 연도별 매출액·영업이익·영업이익률 | 삼성전자
-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 TSMC
- 연도별 코스피 사이드카 발생 현황 |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
- V-KOSPI 지수 현황 | KRX Data Marketplace
- S&P500 stock Heatmap | finviz
- KOSPI: Testing Key Technical Support Levels | Goldman Sachs
- 2026년 금융감독원 6월 기자간담회 - 요동치는 증시… 안정화 방안 [일요진단 라이브] | K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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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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