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 대통령 발언 중>
"'미프진'이라고 그랬어요? 지금 우리는 허용이 안 돼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우리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서 복용하다 보니까 사고도 나고... 이런 식으로 정부가 하는 건 무책임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도 미프진을 합법적으로 복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단 취지였는데요. 이후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의사의 재량으로 판매를 허용하자는 졸속 정책을 내놓은 것은 여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비판 성명을 내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의료계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는 물론 존재합니다. 오히려 미프진 도입을 계속 미루고 있는 현실이 여성의 건강권을 해치고 있다는 건데요. 미프진 도입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산부인과 전문의 오정원 선생님을 SBS 유튜브 <지식의발견>이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현재 서울대 보건대학원 예방의학교실에서 근무 중인 오정원 선생님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에서 조교수를 지냈습니다. 인터뷰 정리했습니다.
Q. 임신 중지 시술을 실제로 해 오신 거죠?
오정원 전문의 : 네. 5년 동안 주치의로 시술했고, 제가 전공의를 하거나 수련 받는 기간 동안도 시술을 해 왔습니다.
정유미 기자 : 선생님께서 해 오신 임신 중지 시술,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요?
오정원 전문의 : 자궁 안에 있는 수태물을 긁어내는 소파술이라는 게 하나가 있고요. 진공청소기처럼 자궁 안에 흡입기를 넣어서 수태물을 빨아들이는 흡입술, 이렇게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소파술은 자궁벽을 의료 기구로 긁어내는 시술이라 자궁 내막에 손상을 입히거나 자궁벽을 뚫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소파술은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상황이고 흡입술이 1차 방법으로 권고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Q. 지금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미프진은 어떤 약입니까?
오정원 전문의 : 임신을 유지하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요. 미프진은 이 호르몬에 대한 반대 작용을 해서 임신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게 만드는 약이에요.
정유미 기자 : 우리나라에서는 미프진이 허용이 안 된 상태고요.
오정원 전문의 : 네, 맞아요. 공식적인 경로로는 구매나 처방을 받을 수 없습니다.
Q. 101개 나라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고,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는 다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허용이 안 되는 거죠?
오정원 전문의 : 그게 모자보건법 때문인데요. 1970년도 중반쯤 모자보건법에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허용 사유가 몇 가지 생겼어요. 여기에 해당하는 몇 가지 조각 사유와 함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라는 용어로 아예 명시가 되어 있죠. 그러다 보니까 '수술'만 임신 중지에 활용되어 왔는데 그 이후에 미프진이라는 약이 개발됐어요.
Q. 그러니까 지금은 모자보건법상에 나와 있는 사유가 아니더라도 병원에서 임신 중지 시술을 받는 게 가능한 거죠?
오정원 전문의 : 비공식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실제로 한 해에 3만 명이 임신 중지를 하고 있는데요. 이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겠어요? 이 3만 명 중에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던 사람은 3천 명밖에 안 돼요. 나머지 2만 7천 명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임신 중지를 겪어내고 있었던 거예요.
Q. 임신 중지 시술을 받지 않는다고 하면, 어떤 방법이 있는 겁니까?
오정원 전문의 : 인터넷에 지금 '임신 중지 약물', 아니면 '낙태', '인공임신중절수술'만 쳐도 광고가 어마어마하게 나와요.
정유미 기자 : 텔레그램을 통해서 미프진을 구입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가 않더라고요, 이미.
오정원 전문의 : 맞아요. 미프진을 해외에서 배송해 주는 사람을 브로커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보내주는 약이 가짜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요. 두 번째로 '미소프로스톨'은 위궤양 치료제로 이미 병원에 들어와 있었어요. 그리고 이거를 식약처에 허가를 받으면 임신 중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정유미 기자 : 미소프로스톨은 의사들이 부르는 게 값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정원 전문의 : 저도 인터넷에 쳐봤더니 6주 60만 원, 7주 70만 원, 8주 80만 원, 9주 90만 원, 10주 100만 원이에요. 주수에 따라서 위험성이 커지니까 그 위험만큼의 값을 받고 있는 거죠.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죠. 어떤 치료를 이렇게 받아요?
정유미 기자 : 근데 이미 너무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오정원 전문의 : 네. 그리고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죠
정유미 기자 : 그렇죠. 기록이 안 남아야 되니까.
Q. 임신 중지 목적으로 여성들이 항암주사도 맞고 있다고 해요. 기사화도 많이 됐죠.
오정원 전문의 : 역시 인터넷에 들어가서 약물 임신 중지를 치면 'MTX'라는 약이 아주 버젓이 나와 있어요. 메토트렉세이트(MTX)라는 약은 자궁 외 임신 있잖아요. 나팔관 임신이라든지. 임신을 했기 때문에 생기는 '포상기태'라는 암이 있는데 여기 치료에 꼭 필요한 항암제예요. 그런데 이 항암제의 약리 작용을 활용해서 임신 중지에 지금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주사(MTX)로 하실 수 있는 건 아기집이 안 보여야 돼요.
정유미 기자 : 자궁 외 임신 아니어도 가능하긴 하다?
오정원 전문의 : 네. 초기에 수술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많이 하세요. 그런데 이 (MTX) 약물 자체가 애초에 임신 중지 목적으로 설계되거나 검증된 약이 아니거든요. 항암제는 빨리 증식하고 분열하는 세포들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임신했을 때 수태물도 마찬가지고요. 반대로는 간이나 심장, 골수, 혈액을 파괴하는 영향이 있죠. 그래서 간독성, 신독성, 혈액 독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마라. 즉, 낫 리커맨드(Not Recommend)가 아니라 리커맨드 어게인스트(Recommend Against)라고 되어 있는 약들이에요. 어느 정도 용량까지 임신 중지에 사용되고 있는지 실태조사, 이런 것들이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아요. 비공식적으로 비급여의 영역으로 병원들에서 처방하고 판매하고 있는 거라서 아무도 이것을 관리하거나 집계하지 못하는 상황인 거죠.
정유미 기자 : 그야말로 공백 상태네요.
오정원 전문의 : 저는 공백이 아니라 새로운 비공식 시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헌법상으로 낙태죄가 불합치 판정을 받은 게 2019년인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 비공식 시장이 형성되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거네요?
오정원 전문의 : 맞습니다. 손을 놓고 있었죠.
Q. 대통령이 최근에 이제 언급을 하면서 기사화가 많이 됐는데, 선생님께서는 미프진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를 오래전부터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정원 전문의 : 미프진은 임신 중지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단이에요.
정유미 기자 : 그래도 부작용은 있진 않아요?
오정원 전문의 : 당연히 부작용이 있죠. 그런데 저희가 약물이라는 걸 사용할 때는 항상 그 위험성이 있지만 '이득이 위험을 상회한다'고 판단할 때 치료 목적으로 약물이라는 걸 사용하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미프진과 임신 중지 수술을 비교한 연구들이 엄청 많았고 결론은 '둘 다 부작용이 매우 드물고 안전하다, 용량대로 잘 활용을 했다면'이라고 나와 있어요.
부작용이 무서워서 미프진 사용을 못한다는 건 기존에 메토트렉세이트(MTX) 같은 항암제를 사용했던 걸 가지고 비교해 보면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이긴 하죠. 이것들은 다 하고 있으면서 가장 안전하다고 입증이 된 약은 정작 사용 못 하고 부작용을 무서워하고 있으니까요.
오정원 전문의 : 의료계가 걱정하는 것은 '약물이 절대 도입돼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약물 처방 환경이 안전해야 된다'인 것 같아요. 어떤 약도 마찬가지로, 들어올 때는 특정한 진료 지침과 관리 지침이 사실 필요해요. 이걸 의사의 재량에 맡겼다는 것이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거라고 저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의료진도 어떤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거죠. 또는 이 약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이 약으로 인해서 생기는 제한이라든지, 환자들의 요구 또는 비용이라든지, 이런 측면을 우려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Q. 미프진 도입을 일단 하고 지침 등을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보시는 건가요?
오정원 전문의 : 2개를 동시에 해야죠. 언제 어떤 사람한테 이 약을 처방할 것이며 또는 이 약을 처방할 때 어떤 절차들이 필요할 것이며 이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그럼 누가 되어야 될 것이고 진료 지침은 전문가라고 하는 의료계 안에서 마련해야죠. 근데 이 마련은 저는 금방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약도 지침을 정하는 과정은 비슷하거든요. 이거는 법을 기다릴 게 아니라 의료계에서 먼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여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시도다' 이렇게 아주 강한 성명을 냈더라고요.
오정원 전문의 : 여성의 건강권을 해친다는 말을 저는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데요. 7년 동안 한 해에 약 3만 건의 임신 중지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 약을 도입하지 않은 것, 또는 방치한 것, 또는 부작위 했던 것들이 오히려 여성의 건강권을 해치고 있었던 상황들인 거잖아요. 메토트렉세이트(MTX)라는 약도 어차피 진료 지침이 없고 관리 체계가 없는 건 똑같은데 사용이 되고 있단 말이죠.
정유미 기자 : 이 미프진을 암암리에 구입해서 먹고 있는 여성들이 많은 걸로 추정되잖아요. 유산이 안 돼서 약을 더 먹는 사례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정원 전문의 : 당연히 있죠. 그런 상황에서 출혈이 많거나 발열이 있거나 감염이 돼서 응급실로 가는 경우도 많아요. 응급실에 갔을 때 '제가 사실은 약물을 인터넷에 구입해서 먹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그냥 '제가 갑자기 출혈이 시작됐어요'라고 하면서 이제 오진의 길로 가게 되는 거죠. 비공식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나의 요구를 충분히 요구한다든지 아니면 나의 불안감을 드러낸다든지 환자분이 충분히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니까요. 그렇다 보니까 이제 여성의 건강권을 위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 논의 테이블에 당사자인 여성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Q.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미프진에 대해 '가교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던데 필요한 건가요?
오정원 전문의 : 필수가 절대 아닙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교임상시험을 거쳐서 들어오는 약은 아주 일부예요. 10%밖에 안 돼요. 그 자체가 의도라고 보고 있어요
정유미 기자 : 가교임상시험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미프진 도입을 미루기 위한 시도다?
오정원 전문의 : 네. 7년 동안 충분히 할 수 있었잖아요. 어떤 실험을 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해외에 축적된 근거들을 바탕으로 진료 지침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만들어 놔야 됐던 거거든요.
Q.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이후에 그러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왔는지... 누가 먼저 움직였어야 되는데 누가 뭐를 안 한 거죠?
오정원 전문의 : 각자 해야 되는 게 너무 다르죠. 정부는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되고, 국회는 법안을 발의해서 이거를 제도권 안으로 가지고 와야 되고, 식약처는 그 관련 지침을 만들어서 약을 도입해야 되는 거고, 또는 의료계나 전문가 집단은 이것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안전하게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되는 건데 누구도 지금 서로에게 다 미루고 있는 상황인 거고... 정치적인 위험성 또는 법적인 위험성들로부터 이것을 그냥 미루고 있는 상황 자체가 누구한테 안전한 건지 모르겠지만 안전하다고 판단하니까 미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유미 기자 : 이거는 그냥 제 의심인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미프진 도입 없이 지금처럼 임신 중지 시술이나 처방을 하는 게 오히려 더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오정원 전문의 : 물론 이걸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병원도 없지 않아 있겠죠. 환자가 만약에 병원에서 임신 중지를 거부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사실은 대부분 알 수 있거든요. 더 위험한 선택을 할 거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거고...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조금 더 안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Q. 선생님 말씀 들으면서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오정원 전문의 : 갈 길이 멀죠. 먼데... 오늘도 누군가는 임신 중지를 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은 굉장히 고립되어 있을 거고요. 무서울 거예요. 누군가는 그 옆에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정유미 기자 : 갈 길이 먼데 선생님께서는 가야만 하는 길이다?
오정원 전문의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계속 의심을 하기는 해요, 스스로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지금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Q. 미프진 도입이 왜 필요한지 끝으로 한 말씀 정리해서 듣겠습니다.
오정원 전문의 : 2019년도 헌법불합치 판결문에 그런 얘기가 나와요. 임신 중지는 선택이 아니라 그 당사자가 자신의 전체의 삶을 건 결정이라고 나와요. 그 결정을 했을 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했을 때 건강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도 위험해질 수 있죠. 근데 그런 상황을 만들고 방치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하지 말아야 되는 일들인데, 그것들이 7년 동안 너무 방치되어 왔다... 이제 이 방치를 끝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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