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서니 파우치 전 NIAID 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했던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비공개 일기가 공개되면서 팬데믹 초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갈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의 일기에는 팬데믹 첫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깊어져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횡설수설하는", "미친", "필사적인", "어리석은", "무능한", "바보", "완전히 망신거리"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묘사했습니다.
일기는 코로나19 대응과 바이러스 기원을 둘러싸고 파우치 소장과 수년간 공개적으로 충돌해 온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이 파우치 소장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공개한 것입니다.
파우치 소장은 2020년 2월 27일 일기에서 늦은 밤 약 2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축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썼습니다.
그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은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주가가 더 내려가더라도 국민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편이 재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한 말을 그가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그는 또다시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같은 해 3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노출과 시청률에 집착했다고도 썼습니다.
그는 "그는 우리에게 하루에 두 차례, 아침과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자고 요구하고 있다…이제 우리는 일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같은 해 5월 22일 일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 활동 재개를 서두르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선거일 전에 나라를 다시 열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통제력을 잃고 있다"며 "그는 절박하며, 이 모든 것은 재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선을 앞둔 2020년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거 유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두고 "유세장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그는 정말 통제 불능 상태다. 완전히 망신거리"라고 적었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인 2021년 3월 일기에서는 당시 상황이 "역사적으로 히틀러를 떠올리게 한다"며 트럼프를 "정말 밉살스러운 사춘기 청소년 같다"고 썼습니다.
일기에는 파우치 소장이 언론 취재에 협조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그는 2020년 5월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와 여러 차례 비공개 대화를 나누며 미국의 초기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설명했다고 기록하면서도 자신이 정보 유출자로 의심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적었습니다.
미국 보수 성향 언론들은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과정과 유명 인사들과의 만남, TV 및 언론 출연 등에 초점을 맞춰 일기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기에는 가수 조안 바에즈와 배우 줄리아 로버츠, 숀 펜 등을 만난 일화와 방송 출연 기록 등도 담겼습니다.
폴 상원의원이 이 일기를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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