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24 "장난감 팔았다고 1조 원?"…EU, 알리를 때렸다
01:36 발끈한 중국 "디지털 장벽 세우나"
04:01 미국도 예외 없다…구글·애플·메타까지
05:40 유럽판 '쇄국정책'…유튜브가 없는 이유
파리입니다. 오늘은 전쟁, 그중에서도 무역전쟁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금 유럽은 그야말로 전쟁터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 말고도 곳곳에서 무역·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총칼을 안 들었을 뿐이지 분위기는 정말 살벌하고 절박해 보입니다.
1. "장난감 팔았다고 1조 원?"…EU, 알리를 때렸다
이번 주 EU가 알리바바에 과징금을 때렸습니다. 5억 5천만 유로, 우리 돈 9천억 원이 넘는 액수입니다. 환율에 따라서는 1조 원 가까이 되기도 합니다. EU가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안전하지 않은 어린이 장난감, 유해한 화장품, 그리고 불법 및 가짜 상품을 유럽 소비자들에게 팔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증거도 하나 공개했습니다. EU는 알리의 내부 자료를 보면 스스로도 유럽 시장에 있는 물건이 1천500만 개가 잘못, 불법 추천됐다고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검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고요. 기존 인력은 일을 너무 과하게 시켜서 적절하게 걸러내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1조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여기에 적용된 법은 디지털서비스법이라고 해서 DSA라고 부르는 법을 적용했는데 22년에 제정된 이 법이 23년에 시행된 후에 가장 많은 과징금이 이번에 부과된 겁니다. 얼핏 보면 이게 그 정도 사안인가 싶기도 한데요.
2. 발끈한 중국 "디지털 장벽 세우나"
중국이 곧바로 발끈했습니다. 일단 알리는, 자신들은 문제 되는 제품을 걸러내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는데 유럽이 그 노력을 무시했다고 발끈했습니다. 항소하겠다고, 법으로 싸우겠다고 나섰습니다. 중국 정부도 열받았습니다. 상무부가 공식 성명을 내고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한 건 매우 불만족스럽다. 엄중하게 우려를 표명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유럽이 지금 플랫폼을 감시·감독한다는 이유로 유럽 시장에서 '디지털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에 적용된 법이 DSA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법부터 간략히 말씀드리면 DSA는 디지털 서비스 액트, 우리말로 하면 '디지털 소비자법' 정도 됩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소비자의 피해를 보호하고 SNS, 가짜 정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지키자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 법이 생긴 뒤에 알리뿐만 아니라 테무, 쉬인도 두들겨 맞았습니다. 테무도 거의 똑같은 이유입니다. 화장품과 어린이 장난감 등을 테무가 걸러내지 못했다고 올해 2억 유로, 약 3천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쉬인 역시 유사한 이유로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 법이, 과징금이 매우 셉니다. 전 세계 매출 기준 6%를 과징금으로 때릴 수 있겠습니다. 유럽 시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건데 과징금은 전 세계 매출 기준으로 해둔 겁니다. 물론 그걸 다 최대치로 때리지는 않습니다. 알리의 경우에는 6%를 풀로 과징금을 때리면 12조 원까지 과징금이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1조 원에 가까운 큰 과징금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기준 때문입니다. 알리·쉬인·테무는 이 법으로 걸었고 남은 대형 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이 있습니다. 사실 징둥은 유럽에서 다른 유럽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유럽이 징둥의 독일 기업 인수를 두고 문제를 삼았습니다. 역외보조금규정, FSR이라고 조금 낯선 말인데 쉽게 말하면 징둥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서 유럽 기업을 합병했다는 겁니다. FSR 규정으로 문제 삼고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상 지금 유럽은 중국의 대형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은 전부 다 조사 중이거나,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상태입니다.
3. 미국도 예외 없다…구글·애플·메타까지
여기서 아까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디지털 장벽'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유럽은 공정거래 질서 확보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외국 플랫폼 회사들을 막기 위해서 그야말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미국 플랫폼 회사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미 지난 2018년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시장 독점적이라고 과징금을 7조 6천700억 원이나 구글에게 부과했습니다. 8년이 지난 이번 주에 또 구글에게 1조 5천억 원의 과징금을 또 때렸습니다. 이건 구글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자기 회사 제품들을 띄워줬다는 겁니다. 여기에 또 제미나이는 따로 또 조사하고 있습니다. 구글만 그러냐, 애플은 8천억 원, 메타는 3천200억 원, X는 2천억 원을 이미 과징금으로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또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과징금이 또 나올 겁니다. 이렇게 미국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유럽에서 안 두들겨 맞은 기업들이 없을 정도입니다. 결국 이유는 하나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해서 공정 경쟁 시장 조성을 막거나 방해하고 위협한다는 겁니다. 이 명분은 타당한 점도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쿠팡을 보면 됩니다. 어마어마한 적자를 감수하고서 수년간 큰돈을 투입해서 시장을 장악하고 1등 플랫폼이 되고 나면, 그 기업은 문제가 생겨도 정부도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합니다. 지금 쿠팡이 그러고 있습니다. 유럽도 이 기업들이 이미 유럽 시장을 다 먹은 거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이대로 완전히 내줬다가는 대책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과징금을 때리고 규제를 두고 있는 겁니다.
4. 유럽판 '쇄국정책'…유튜브가 없는 이유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질문을 좀 바꿔보겠습니다. 만약에 유럽 안에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있었다면, 유럽의 인스타나 유튜브나 아마존 같은 기업이 있었다면 지금 유럽은 저런 법을 만들었을까요? 160년 전에 배를 끌고 조선 강화도 앞바다까지 와서 대포를 쏘아대면서 문 열라고 협박했던 그들이 만약 내로라하는 1등 플랫폼 기업이 있었다면 그런 법이 제정되도록 허락했을까 싶습니다. 사실 유럽은 지난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내부 기업들을 키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몸집을 불려서 방어하는 데 실패한 겁니다. 그사이에 격차는 더 벌어져서 대항할 실력을 갖춘 기업을 점점 더 키우기 어렵게 되다 보니까 결국 문을 닫고 장벽을 치는 데 급급한 상황이 됐습니다. 마치 조선 말에 흥선대원군이 그랬던 것처럼 쇄국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다름없게 보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탐욕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끊임없이 견제해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장과 자본력이 있었는데도 스스로 실력을 키우지 못한 유럽의 뒤늦은 안방 지키기는 과징금과 규제만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습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김수형, 영상취재: 김시내,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권영인의 문제적 유럽] 알리 1조, 구글 1조 5천억 '과징금 폭탄'…흥선대원군도 울고 갈 유럽의 '쇄국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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