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세 사람의 운명을 바꾼 교통사고의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 2003년 9월 28일 오후 3시 반경, 포천 영북면 시골길 삼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좌회전하던 차량이 길모퉁이에 있던 전신주를 그대로 들이받으면서 운전자는 다음 날 사망했고, 조수석에 탑승해 있던 동승자는 중상을 입어 혼수상태(코마)에 빠졌다.
그리고 4개월 후 극적으로 의식을 찾은 동승자 이수재 씨는 두개골이 함몰되는 등 영구 장애를 입고 사고 1년 만에 겨우 퇴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그를 체포했다. 그가 사고차량의 운전자라는 것.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과 사설구급차 기사가 조수석에는 어두운 옷을 입고 있던 최 씨가 있었고, 운전석에는 밝은 옷을 입고 있던 이수재 씨가 있었다고 증언한 것.
또한 사고조사계 경찰도 현장에 도착해 아직 구조되기 전인 조수석 동승자를 목격했고 그의 지갑에서 신분증을 확인했는데 신분증에서 최 씨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수재 씨는 검찰에 송치되었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처벌을 받은 것은 이수재 씨뿐만 아니었다. 당시 교통사고를 목격했다는 전영도 씨와 성기수 씨. 두 사람은 당시 사고의 동승자가 이수재 씨라는 사실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는데 이것이 위증이라며 위증죄로 체포되어 옥살이까지 하게 된 것.
이에 이수재 씨와 위증죄로 처벌을 받은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전 사망한 전영도 씨의 아들은 "진짜 위증한 사람은 경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당시 119 구급활동일지에는 조수석 동승자가 "최 씨"가 아닌 "이수재"로 적혀 있었고, 5분 간격으로 같은 병원에 이송된 두 사람의 의료기록은 어딘가 의혹을 남겼다. 엇갈린 진술 속 진실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당시 사설구급차 기사를 만났다. 그는 해당 사건의 이야기가 나오자 진저리를 쳤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싣고 간 것이 이수재 씨라며 얼굴에 사마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거 그의 진술은 옷에 대한 기억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 자신이 이송한 사람이 아닌 뒤늦게 이송된 사람의 옷만 기억하고 있던 기사.
또한 교통조사계의 경찰은 당시 동승자만 남아있었고 지갑을 꺼내 신분증 확인했다고 주장했는데 동승자가 차량에 신체가 끼인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기록이나 목격자들이 본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동승자나 운전자 모두 차량에 신체가 끼인 상태가 아니었으며 차량 문을 강제 개방한 사실도 없었던 것.
이에 제작진은 교통조사계 경찰 박 씨를 인터뷰하고자 했으나 그는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당시 의료 기록에는 코마 상태로 실려온 것이 최 씨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간호사가 쓴 코마 기록과 의사가 쓴 기면 상태라는 내용이 상반되었던 것. 이에 전문가는 "코마였다가 기면 상태로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했다.
제작진은 복수의 전문가들에게 두 사람의 의료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전문가들은 의료 기록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작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운전자와 동승자의 부상을 예측했다. 그 결과 이수재 씨의 부상은 동승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사망한 최 씨의 부상은 운전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렇다면 당시 경찰 박 씨는 왜 그런 증언을 한 것일까? 이에 전문가는 "포천 지역은 인구에 비해 교통사고 건수 많은 지역이다. 그런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구조적 한계가 초동사고 부실로 이어졌다고 "부실 수사가 아니라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당시 최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이는 수사 기록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고, 당시 목격자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그리고 또 다른 전문가는 위증죄가 된 목격자들에 대해 "당시에는 검찰이 재판에서 뭔가 흔들릴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위증죄로 수사한다고 불러서 겁주고 번복시키고 하는 일종의 수사기법처럼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담당 검사는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재심청구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세 사람. 하지만 최근 재판부는 이수재 씨의 재심청구는 기각했다. 의무 기록이 뒤바뀐 것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는 책임을 이 씨에게 전가하며 그가 주장한 재심의 근거가 재심 청구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 이에 이 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또한 목격자들의 재심청구는 현재 심사 중인 것으로 밝혀져 과연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았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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