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연방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태국 등 10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한 해 동안의 주요국 거시경제와 외환시장 동향 등을 분석한 것입니다.
이들 10개국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도 모두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서 2025년 6.6%로 확대됐다"며 "이는 거의 전적으로 상품무역이 견인했고 주로 반도체와 기타 기술 관련 제품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원화는 지속적인 절하 압력을 받았다"고 짚었습니다.
반도체 수출에 따른 외화 유입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국내 기관·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등이 가져온 외화 유출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보유 증가액이 연중 410억 달러로 2024년의 80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며 "대부분 환헤지되지 않은 상태여서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봤습니다.
이어 "한국의 비은행 금융기관과 가계의 해외 주식투자도 2025년 원화 절하 압력의 또 다른 요인이었다"며 "이런 자금 유출은 2024년 340억 달러에서 2025년 730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특히 2025년 4분기에 집중됐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2025년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300억 달러 넘게 해외 주식을 매입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한국은행은 이를 '독특한 현상'(unique phenomenon)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지난 1월 14일 미국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원화 가치 하락이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한국 외환당국도 시장 개입을 통해 "(원화) 절하 압력 속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당국이 2025년에 (시장 개입용으로) 28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순매도를 실시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GDP의 약 1.5%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225억 달러가 (환율이 급등한) 2025년 4분기에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간 한은의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은 2024년 12월 170억 달러에서 2025년 5월 310억 달러로 증가했다가 이후 거의 모두 소진해 2025년 12월 13억 달러로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한은과의 통화스와프를 활용하는 한편 달러화 자산을 매도함으로써 원화 절하 압력을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관계 당국은 한국 내 외환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데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중기적으로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시장이 적정 환율을 찾아가는 기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지난 2023년 11월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빠졌다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2024년 11월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됐습니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평가 기준은 ▲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 중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되며,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됩니다.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분석 대상국들의 환율 조작은 없었다면서도 중국에 대해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환율 정책과 관행의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교역상대국 가운데 계속 두드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무부는 이같은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들어 향후 위안화 절상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공식적·비공식적 개입 증거가 드러날 경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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