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2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아세안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2주 만에 다시 만나 3국의 단합된 메시지 발신과 공조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다만 회담 뒤 각국이 내놓은 발표문에서는 중국과 북한을 언급하는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오늘(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열었습니다.
회담이 끝난 뒤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일본 외무성은 각각 회담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세 나라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해양 안보,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 의지를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표현과 강조점은 서로 달랐습니다.
먼저 한국 외교부는 "세 장관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포함해 역내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해양의 합법적 이용 등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을 준수하고 해양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외무성 역시 세 장관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여 방안과 함께 "힘 또는 위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포함한 지역 정세"를 논의하고, 3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힘 또는 위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해양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할 때 한미일이 주로 사용해온 표현입니다.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의 해양 활동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의 발표문보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세 장관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발표문에는 '대만해협'이라는 표현이 별도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미 국무부는 또 세 장관이 최근 중국의 태평양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충분한 사전 통보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 역시 한국과 일본의 발표문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같은 회담에 참석했지만, 미국은 중국의 구체적인 군사 행동과 대만해협 문제를 부각한 반면 한국과 일본은 국제법 준수와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라는 보다 포괄적인 표현을 앞세운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미사일 발사 당시 중국 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후에도 "한중 양국이 다양한 사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사일 발사 자체에 대해서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거나 "역내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사전 통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미국 측의 문제의식이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논의됐고, 미국 국무부 발표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표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미 국무부는 세 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외무성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3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 의장성명에도 포함됐던 표현입니다.
과거 한미일이 사용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른바 CVID보다는 표현 수위가 낮지만 비핵화의 대상을 북한으로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견고한 대북 억제 태세를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한 것과 달리,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는 비핵화 원칙과 한미일 대북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평화 공존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한미일은 역내 안보와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라는 큰 틀에서는 일치된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회담 결과를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목한 반면, 한국은 대중 관계와 남북 대화 가능성까지 고려해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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