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장마철, 지하가 위험하다
01:25 지하공간 침수, 얼마나 위험한지 체험해 보니
04:42 계단 타고 탈출할 때는?
05:43 지하주차장에서 물이 차오른다면?
1. 장마철, 지하가 위험하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습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올 때 가장 위험한 곳은 바로 지하 공간입니다. 지하 공간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아는 반지하, 지하 주차장, 그리고 지하 차도를 뜻하는데, 이런 지하 공간은 비가 많이 오면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침수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4년 전, 그러니까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2022년에 하천이 범람하면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겼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주민 7명이 주차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는데 이 주민들, 주차장이 침수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차를 빼러 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40대 자매와 10대 딸이 침수된 반지하를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정부에서 지난 10년간 풍수해, 그러니까 폭풍우와 홍수로 인해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의 수를 따져보니까요, 199명 중 37명, 약 20퍼센트 정도가 지하 공간 침수로 인해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하 공간이 호우 상황에서 치명적인 이유는요, 물이 들어오는 곳과 사람이 대피하는 곳이 같아서 그 물살을 뚫고 대피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물이 들어오는 곳으로 대피를 해야되는데 그곳에 물이 아주 급물살을 타고 물이 유입이 되죠.]
2. 지하공간 침수, 얼마나 위험한지 체험해 보니
그래서 지하공간이 침수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또 얼마나 빠져나오기 어려운 건지 제가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제가 간 곳은, 서울소방재난안전본부에서 운영하는 보라매 안전체험관인데요, 이곳에서는 풍수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한 상황들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체험했던 건 지하 공간 침수 상황 속에서 대피하는 법이었습니다. 물이 30cm, 50cm, 70cm 차올랐을 때 상황을 체험해보는 겁니다. 이 기사가 8시 뉴스에 나갔을 때, 몇몇 댓글은 뭐 저 정도는 탈출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기자가 열심히 안 하는 게 아니냐, 이런 몇몇 댓글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저도 실제로 체험하러 가기 전에는 제가 힘이 좋으니까 '탈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체험을 하고 나서 제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깨달았습니다.
[물이 약 50cm 정도로 제 무릎까지 차 있는데요.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이 안 열립니다.]
다른 시민들이 체험하는 것도 한번 지켜봤는데요. 성인 여성 문 못 열었습니다, 또 건장한 성인 남성이 문을 열었을 때도 문이 들썩이기만 할 뿐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못 보여드렸지만 70센티미터 정도 그러니까 제 허벅지까지 정도 물이 찼을 때의 경우도 한번 체험을 해봤는데요. 이때는 정말 아무리 힘을 줘도 누가 앞에서 밀고 있는 것처럼 정말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실시한 실험이 있습니다. 침수수심, 그러니까 물이 30센티미터 정도 차올랐을 때는 남자와 여자 둘 다 탈출이 가능했지만, 물이 40센티미터 종아리 정도까지 차올랐을 때는 남성은 탈출이 가능했지만 여성은 탈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50센티미터 정도 무릎까지 차올랐을 때는 여성과 남성 둘 다 탈출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이 실험을 한 국립재난연구원에서 연구를 하시는 연구관에게 여쭤보니까요. 물이 약 50cm 정도 차오른 거는 문 앞에 한110킬로그램 가량의 바윗덩어리가 있는 것과 비슷한 위력이 있다고 합니다.
[김학수/국립재난안전연구원 도시홍수실험팀장 : 한 50cm만 물이 차도 문 밖에 한 110kg가량 바윗덩어리가 있는 거랑 비슷한 효과를 내거든요. 그 정도로 문이 무거워서 열리지 않는다는 거죠. 40센티미터 정도면 수압으로 따지면 일반 방화문일 경우에 그것도 한 70kg 가까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성인 무릎 높이로 물이 차면 닫혀 있는 문을 열고 탈출하는 게 불가능해지는 만큼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는 조짐이 보이거나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한다, 그러면 그 즉시 대피해야 합니다. 문을 열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밀어서 문을 열어야 하는 경우에는 몸을 낮춘 채로 어깨를 문에 밀착시킨 채 힘껏 힘을 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을 당겨서 열어야 하는 경우에는 양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우리가 흔히 하는 스쿼트 자세를 한 채로 문을 힘껏 당기면 됩니다.
[최연우/보라매안전체험관 운영팀장 : 손잡이 근처에서 한 발 떨어져서 가운데 부분에 어깨를 갖다가 밀착하시는거예요. 그 상태에서 약간 비스듬히 서서 힘을 여기에다가 주셔야 해요.]
3. 계단 타고 탈출할 때는?
문을 탈출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지하 공간 같은 경우에는 탈출을 했을 때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계단을 오를 때는 양손으로 난간을 꼭 붙잡고 올라가야 합니다. 양쪽으로 이렇게 잡아야 되는 게 아닌가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물이 거세게 쏟아지는 상황에서 양팔을 펼친 채로 난간을 잡으면 급류에 중심을 잃어 뒤로 넘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양손은 모두 난간 한쪽으로 잡아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양손으로 난간을 붙잡으셨다면요, 그 다음에는 스케이트를 탄다고 생각하고 발을 띄는 게 아니라 바닥에 딱 붙인 채 밀듯이 이동하셔야 안전합니다.
[최연우/보라매안전체험관 운영팀장 : 보통 토사 때문에 (계단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발을 많이 띈다는 건 수압 때문에 뒤로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바닥에 밀착하듯이….]
그리고 물이 계속 들어와 발을 떼기 어렵게 만드는 장화나 미끄러질 수 있는 구두보다는 차라리 맨발이 낫습니다.
4. 지하주차장에서 물이 차오른다면?
지하주차장과 지하차도에서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차량은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바퀴 절반 정도까지만 물이 차올라도 수압 때문에 차량 내부에 갇힐 위험이 있습니다. 만약 대피가 늦어 차량 안에 갇힌 경우 창문을 열거나 부수고, SUV의 경우 트렁크를 열어 탈출로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주차장이 물에 잠기기 전에 빨리 차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정말 위험하다고 합니다. 자동차는 차량의 3분의 2 정도만 물이 차도 부력 때문에 차가 물에 뜨게 됩니다. 그럼 물살이 조금만 발생을 해도차가 오도가도 못하고 힘없이 떠내려가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얕은 물이라고 해도 지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대피법을 알아봤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모래주머니나 물막이판을 미리 설치하고, 배수구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여름 모두 안전하고 무탈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취재 : 동은영,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최대웅, 영상편집 : 김혜주,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무릎만 차도 110kg 바윗덩어리"…성인 남성도 탈출 못한다,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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