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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남한테 맡겼다간 마비" 일본의 '각성'…10조 날리더니 '2나노' 승부수 던졌다

 00:00 인트로 
01:34 일본의 진짜 승부수는 '라피더스'? 
03:48 라피더스, 과연 성공할까?
04:52 법까지 바꿔 전폭 지원한 일본 정부 
06:10 전문 인재 확보는? 
07:24 TSMC, 삼성이 선점한 시장..고객 확보는?

도쿄입니다. 오늘은 일본 반도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일본은 뭘 어떻게 하고 있나 알아보려고 지난주에 홋카이도 치토세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일본 반도체 하면 구마모토에 있는 TSMC 공장이 먼저 생각나는데요. 파운드리 세계 1등인 타이완 기업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죠. 하지만 제가 라피더스 공장이 있는 치토세에 관심을 가진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한국 메가 프로젝트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TSMC나 마이크론 같은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외부 수혈'이 아니라, 일본 기업을 키우는 '자체 육성' 거점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또 정부 개입이 크게 이뤄졌고,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유치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메가 프로젝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속도전'이란 측면에서도 참고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속내, 진짜 승부수는 치토세의 라피더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을 주도했던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일본이 마지막으로 양산했던 40나노에서 단번에 2나노로 점프하려는 기술적인 모험이 이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라피더스는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인데 그 이름처럼 지금까지는 기록적인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이 라피더스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성공 가능성은 어떤지, 또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일본의 진짜 승부수는 '라피더스'? 
목표가 무엇인지 알려면 왜 시작했는지를 먼저 알아야겠죠. 라피더스가 설립된 건 2022년입니다. 구마모토의 TSMC 공장 법인 설립은 그 1년 전이고요. 네, 바로 코로나 팬데믹과 겹칩니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국가 핵심 산업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특히 일본 경제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때 도요타 닛산 등 8대 일본 자동차 기업이 연간 170만 대를 감산하고 우리 돈으로 10조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자동차뿐이 아니죠. 일상에서 꼭 필요한 에어컨이나 보일러도 품귀 현상을 빚었고요, 일본을 대표하는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좀 뒤의 일이긴 하지만 반도체가 없어서 교통카드인 스이카나 파스모도 장기간 신규 발급이 안 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각성을 하게 됩니다. 반도체 공장을 남의 나라에만 의존했다간 안보와 민생이 동시에 마비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과제로 내세우고 '외부 수혈'과 '자체 육성'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메가 프로젝트에 비해서 다소 방어적인 이유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메가 프로젝트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 키우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로 시작했지만, 라피더스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게 1차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분 관계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민간 투자자가 현재 32개사인데요, 도요타, NTT, 소니 같은 반도체가 필요한 일본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양산에 성공하면 바로 사줄 수 있는 내수 생태계를 일단 마련해 놓은 겁니다. 라피더스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시모토 기요시 / 라피더스 홍보부장 : 반도체 회사도 있고 자동차 회사도 있고 NTT처럼 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려는 회사도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사업 시너지를 출자 기업들은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2. 라피더스, 과연 성공할까?
하지만 라피더스가 앞으로 성공할 거냐, 이렇게 묻는다면, 내수 시장만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흑자 전환을 하기 위해선 예를 들어 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구마모토 TSMC 공장도 설립 때부터 소니와 덴소 같은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해 놓고 시작했는데도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60%가 넘는 점유율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TSMC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흑자를 내는 파운드리 업체가 사실상 없기도 합니다. 또, 2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성공한 것과 대량 양산에 성공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또 일본 정부가 우리 돈으로 20조 원이 넘는 연구비를 지원했고 2조 원 이상의 지분을 직접 사들였다고 하지만, 2000조 원 규모의 한국 메가 프로젝트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위험을 감수한 모험인 것은 맞고요, 일본 내에서도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3. 법까지 바꿔 전폭 지원한 일본 정부 
하지만 이 회사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이유도 있습니다. 라피더스 측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자금, 기술, 고객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라피더스에 대한 정부 투자는 액수로만 따질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이른바 '라피더스 지원법'으로 불리는 정보처리촉진법 개정을 통해서 민간 기업에 정부가 장기 투자하는 걸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2,500억 엔을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최대 주주가 됐다는 게 중요합니다.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유무형의 지원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전력 문제만 해도 홋카이도와 본섬을 잇는 해저 송전선을 만드는 데 1조 8천억 엔을 투자하기로 했고요, 다카이치 총리가 유럽 순방을 나가면서 전면 지원을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 일본 총리 (지난달, 라피더스 경영진 면담) : 동맹국을 중심으로 영국·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제가 확실히 홍보하려고 합니다.]

원전이나 방위산업처럼 정부가 직접 반도체 영업을 뛰겠다는 겁니다. 일본의 경제력,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만큼 실패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4. 전문 인재 확보는? 
두 번째, 기술은 곧 인재의 문제인데요, 첨단 반도체를 20년간 손 놓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지 않느냐, 이런 우려에 대해선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하시모토 기요시 / 라피더스 홍보부장 : IBM으로부터 기술 공유를 받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술자 160명을 뉴욕의 IBM 연구소로 보내 함께 연구했습니다. 100명 이상은 이미 돌아왔습니다.]

또 지역 차원의 인재 양성 노력도 시작됐습니다.

[모리 슈이치  / 치토세시 차세대반도체거점추진실장 : 연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관련 고용 인력, 관련 기업 근무 인원을 연간 600명 정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지역 교육기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라피더스 공장에 가까이 있는 과학기술대학에 가봤는데요, 학생들도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시마 케이타 / 치토세 과학기술대학 1학년 : 라피더스는 우리 학교에서도 꽤 큰 진로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반도체 수업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내년부터 반도체 관련 학부가 생긴다고 들었어요.]

5. TSMC, 삼성이 선점한 시장..고객 확보는?
이미 TSMC나 삼성이 선점한 상황에서 충분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대목이죠. 라피더스 측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TSMC가 모두 소화하긴 어려울 거라면서 그 틈새를 노리겠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하시모토 기요시 / 라피더스 홍보부장 : 앞으로 3년 정도는 수급 균형으로 보면 수요가 매우 강합니다. TSMC에 (첨단 반도체를) 주문하고 싶지만, 사업상 이유 등 때문에 바로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목표가 당장 세계 1등을 하겠다, 이런 건 아니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일본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는 게 라피더스 측 계산입니다. 라피더스가 최종적으로 성공할지는 내년 양산 단계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다 주목해 볼 건 여기까지 온 과정일 겁니다. 일본 정부가 기시다 총리,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베 전 총리부터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큰 그림을 그리고, 총리가 교체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점은 메가 프로젝트가 시작된 우리나라에서도참고할 만 할 것 같습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경제학 교수 :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기다리고 20년은 기다려야 우리가 볼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정부가 과시하기 위해서 성과물을 빨리 내거나 아니면 발표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조금씩 좋아지는 그것도 성과거든요.]

(취재 : 문준모,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한철민·문현진 ,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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