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역 앞 노숙인들의 쉴 곳이 되어주던 민간 쉼터가 석 달 뒤 문을 닫게 됐습니다. 15년 동안 폭염과 한파를 피할 안식처 역할을 했지만,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유수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역 13번 출구 앞.
31도에 육박하는 바깥 날씨와 달리, 여름철 이곳은 시원한 바람이 흐릅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시원한 물과 온수, 컴퓨터 16대까지 갖춘 이곳은 서울역 바로 앞 민간 노숙인 쉼터 '드림씨티'입니다.
2011년 문을 연 뒤 지난 15년 동안 여름에는 무더위와 폭우를, 겨울에는 매서운 한파와 폭설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해왔습니다.
매일 3-400명이 찾는 공간으로 1분 거리에 서울시 무료 급식소 '따스한 채움터'가 있다 보니, 식사 시간 전후로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쉼터 이용자 (4년째) : (바로 옆이) 급식소예요. 여기는 밥 먹기 전까지 대기했다가, 식사하고 와서 평일은 7시까지 있을 수 있어요.]
짐도 맡아주고, 휴대전화 충전, 무료 이발, 더 나아가 의료 지원까지 해주던 이 쉼터가 오는 10월 문을 닫습니다.
주변 시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임대료를 올려 받지 않던 건물주가 더는 같은 임대료에 세를 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노숙인들 입장에서는 폭염과 폭우를 피할 공간은 물론 잠시나마 대화를 나누던, 공동체를 잃게 된 것입니다.
[김기용/쉼터 이용자 (8개월째) :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는 엄청 큰 충격이겠죠. 여기 있으면 (서울시 무료 급식소에서) 밥도 주고, 아침에는 빵을 주고. 여기 이사 가면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민간 쉼터를 운영하던 우연식 목사는 경기도 부천으로 이사해 독거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서울역 쉼터가 사라진 이후 무료 급식소 주변으로 노숙인이 몰리면서 민원이 이어질 것에 대비해, 급식소 개방 시간을 지금보다 1시간 앞당길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윤태호)
노숙인 곁에서 15년…서울역 13번 출구서 사라진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