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이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먼저 남부 구마모토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타이완 TSMC 공장을 유치했고, 히로시마에는 미국 업체 마이크론의 HBM 생산시설을 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수는 일본의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공장이 있는 홋카이도에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현행법까지 바꿔가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끝에 라피더스가 2나노 첨단 반도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도쿄 문준모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치토세 공항에서 차로 5분 남짓 가면 증축이 한창인 라피더스 공장이 나옵니다.
3년 전 빈 땅이었던 이곳은 부지 선정 후 빠르게 변해갔습니다.
2023년 공장 기공식 이후 1년 7개월 만에 완공, 다시 석 달 만에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작동에 성공했습니다.
첨단 반도체 공장이 완공에만 보통 3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속도입니다.
[하시모토 기요시/라피더스 홍보부장 : 일본은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20년 이상 뒤처져 있습니다. 저희는 이걸 단번에 따라잡으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2조 3천억 엔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른바 '라피더스 지원법'까지 만들어 2천500억 엔을 직접 출자해 최대 주주로서 속도전을 지원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일본 총리 (지난달, 라피더스 경영진 면담) : 동맹국을 중심으로 영국·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제가 확실히 홍보하려고 합니다.]
도요타와 소니 등 반도체 수요가 있는 일본 기업들도 지분에 투자하며 양산에 성공하면 제품을 사줄 내수 생태계도 구축했습니다.
지역 소멸 해소라는 명분도 얻었습니다.
치토세시는 라피더스 공장을 유치한 직후 지가 상승률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전에 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치토세역 근처에는 높은 고층 건물을 올리는 공사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아파트 184개 동, 2천400호실이 새로 지어졌지만 향후 추가 수요까지 감당하기는 부족합니다.
[모리 슈이치/치토세시 차세대반도체거점추진실장 : 앞으로 또 96개사가 치토세 전입 요청을 해서 부동산 물건은 다시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력 수급은 1조 8천억 엔을 들여 홋카이도와 본섬 간 해저 송전망을 구축하고, 가동 중단된 도마리 원전 3호기를 재가동해 해결할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양산 체제가 정비되면 라피더스는 첨단 반도체 판매가를 시장점유율 1위인 TSMC와 같거나, 낮게 책정해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양산 전까지 TSMC,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수율과 품질을 입증하고, 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한철민·문현진, 영상편집 : 김종미, 디자인 : 장채우)
법까지 바꾸며 전폭 지원…일본 반도체 승부수, 성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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