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에 가려진 수출호황..올해 이미 1000억 달러 흑자
신현송의 전격 '매파'선언..시장은 왜 담담했나?
당연직 금통위원인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2.75%로 높여야 한다며 동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소수의견을 표시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총재 취임 후 첫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경우는 처음이다.
하지만 신 총재의 발언에 시장은 의외로 담담했다.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올해 안에 2∼3회 인상도 가능해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코스피는 약보합 마감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재고조가 영향을 줬고, 국내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커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韓기준금리 인상은 좋은 인상?..'고물가지만 성장세'
먼저, 한국은행이 '매파 본색'을 전격적으로 드러낸 것은 물가 상승 요인이 가장 크다.
오늘(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이는 작황이 좋지 않아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24년 3월(3.1%) 이후 최대 폭 상승으로 3%대에 도달한 것도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결정적이었다. 석유류 물가가 24.2%나 올랐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높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가 요인이다. 신현송 총재는 생활물가 상승이 앞으로 물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다시 물가상승을 낳는 악순환을 경계하고 있는데, 이런 기대인플레 심리가 고착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금통위가 열릴 때는 4월 물가지표를 참고로 했고, 이후 5월 물가지표가 예상대로 높게 나온 만큼 7월의 기준금리 인상은 더 확실해진 셈이다.
하지만, 한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방침은 수요 변수의 영향도 받고 있다는 점이 미국이나 유럽과 다르다. 예상 밖의 강한 경제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수출 호조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체가 상향조정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2분기에도 고공 행진하자, 한은은 이를 반영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 2월 전망치(1천700억 달러)보다 대폭 높인 2천5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종전 사상 최대치인 지난해의 1천231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무엇보다 올해 연간 실질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다시 말해, 소득과 자산의 증가가 물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화하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준비는 물가 상승 탓도 있지만 반도체 수출효과에 따른 경기 활성화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 억제 효과?..주식시장에도 영향 주나
또 고물가에 직면한 미국이 좀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격차가 축소되는 상황은 외국인 자금유출을 제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또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예상되면서 오히려 충격을 줄이는 양상이 나타났다. 물론 미국에서 현지시간 오는 16일 첫 FOMC 회의를 주재하는 '케빈 워시' 신임 미 연준 의장이 그랬다면 뉴욕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압력은 수요보다 공급(유가)의 변수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의 수식어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은행 내부 실무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긴축의 타이밍을 수차례 놓친 것이, 지난 연말부터의 환율 불안을 불렀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여건이 허락할 때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위하는 길이라는 원칙론이 오랜 기간 묻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의 기술'과 같은 모호한 메시지가 아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신현송 신임 총재의 데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확장재정 정책 성향이 강한 현 정부와의 소통과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통위가 오는 7월 16일 다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지난 2023년 1월 13일(연 3.25→3.50%) 이후 3년 6개월 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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