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지하철역입니다. 이곳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길이만 65m.
사람들이 붐비는 출근 시간에 '걷거나 뛰지 마세요'라고 적힌 가방을 멘 60대 노인이 에스컬레이터 한쪽을 막고 서 있습니다.
[서서 가 주세요. ]
노인 뒤로 긴 줄이 늘어서고 그 사이를 헤집고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노인은 매일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게 일입니다.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인 일자리로 이 일이 제공된 겁니다.
[A 씨/노인일자리 참여 노인 : 자존감은 좀 떨어져요. 항상 기도하고 와요. 자존감 높여 달라고. 욕을 많이 먹어요. ]
같은 일을 하다 한 시민이 밀치고 가는 바람에 허리를 다친 노인도 있습니다.
[B 씨/노인일자리 참여 노인 : 몇 초 사이로 이걸(환승을) 놓치잖아요. 뒤에서 계속 욕을 하더라고요. (일자리가) 안전 문제에는 굉장히 둔감하다, 직접 피부로 느꼈고. ]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일은 노인 일자리 중에서도 '노인들의 숙련된 전문성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이른바 '노인 역량 활용 사업' 분야로 분류돼 있습니다.
[B 씨/노인일자리 참여 노인 : (채용 때) 경력은 안 물어봅니다. 팸플릿을 주면서, '원래 이걸 교육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그냥 집에 가서 읽어보시라.' ]
경기도 여주의 한 마을,
[좀 점검해도 되겠습니까? ]
2인 1조, 가스 점검단이 집집을 돌며 누출은 없는지, 접지는 잘 돼 있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가스안전관리 일을 하다 은퇴한 노인들입니다.
[장지연/노인일자리 참여 노인 : 무기력해지고 해서 일자리를 찾게 됐는데 우선 건강이 좋아진 것 같고. (가스 누출) 사고로 이어질
뻔한 걸 모면한 경험을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
월 60시간 일하고 76만 원가량 받는 이런 노인 일자리는 당장 가계에 도움이 됩니다.
노인 일자리 참여 이유 1위는 여전히 생계비 마련인데, 74세 이하 노인에서는 자아실현 등 비경제적 사유로 일을 한다는 답변이 점차 늘어 30%를 넘었습니다.
노인의 역량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발굴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손바닥 가방' 멘 노인들…"욕 먹어도 이게 일이라" (2026.05.25 8뉴스)
(취재 : 박하정, 영상편집 : 박나영, 디자인 : 석진선, VJ : 신소영·오세관,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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