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왼쪽)과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21일 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은 가운데 적자 사업부에 성과급을 얼마나 배분할지가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전체에 배분한 뒤 30%만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나누자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도 많은 성과급을 보장하는 이 같은 방식이 성과주의에 역행한다며 전체 배분율을 낮추자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늘(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부터 세종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서 진행 중인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성과급 재원의 부문·사업부별 배분 비율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노조는 올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이 중 70%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전체가 나눠 갖고, 30%는 사업부별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안을 내놨습니다.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에도 70%의 공통 재원을 분배함으로써 사업부별 격차를 최대한 줄이려는 것입니다.
반면 사측은 이번 2차 사후조정을 앞둔 미팅에서 반도체 부문이 영업이익 200조 원을 넘길 경우 기존 성과급 외 영업이익의 9~10%를 추가로 지급하고, 이를 부문 전체 60%, 사업부별 40%로 나누자고 제안했다고 노조는 전했습니다.
사측은 성과급 70%를 공통 재원으로 분배하는 것은 실적이 좋은 사업부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는 등 성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DS 부문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3조 7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 영업이익만 54조 원에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메모리 사업부는 올해도 적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DS 부문 공통 재원으로 70%가 할당될 경우 이들 사업부도 300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메모리 사업부와 큰 차이 없는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노조 교섭권을 가진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 유지를 위해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에 대한 요구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달 기준 조합원이 7만 6천 명을 넘어 창사 최초로 법적 과반 노조 지위를 획득했으나, 최근 완제품 사업을 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들이 노사 협상에서 소외됐다는 불만과 함께 줄줄이 탈퇴하면서 조합원이 7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과반 노조 지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협상)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봅시다. DX 솔직히 못 해먹겠네요"라고 말했다가 "집행부에 하소연 글 잘못 올려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2만여 명인 비메모리 직원의 노조 가입 유지가 절실한 초기업노조가 이들을 위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이 같은 요구로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DS 부문 내에서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노조가 전체 이익을 대변한다면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부터 챙겨야 한다", "부문 전체 40%, 사업부 60%라도 타결을 하는 게 현실적" 등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노조원들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분배 요구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고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쟁의행위가 금지될 경우 더욱 후퇴된 정부 중재안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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