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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태부족' 공대공 미사일 어찌 하리오…대통령도 걱정 [취재파일]

KF-21 '태부족' 공대공 미사일 어찌 하리오…대통령도 걱정 [취재파일]
현재 양산을 하고 있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은 공대공 버전의 블록Ⅰ입니다. 공대공 미사일만 체계통합된 것입니다. KF-21은 한국 공군에서 하이(high)급의 위상이고, 그렇다면 킬체인의 창끝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타격이 주임무여야 함에도 KF-21 블록Ⅰ의 현실은 킬체인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없는 반쪽입니다.

그나마 공대공 미사일 사정도 딱합니다. 블록Ⅰ 양산 물량은 40대이지만 현재 확보한 공대공 미사일로는 장거리와 단거리 모두 KF-21 10여 대에나 무장할 수 있습니다. 예산 부족 탓에 블록Ⅰ을 천천히 양산하려고 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제때에 40대 양산해도 유사시에 쏠 미사일이 없습니다.

KF-21 공대공 미사일을 양껏 구매하기에는 예산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정부는 설명합니다. 하지만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도 공대공 미사일을 무더기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산 핑계 대며 늦게 사면 가격 폭등하고, 인수 시기는 거의 제곱 비례 크기로 늦어지는 방산시장 지각생의 저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의 리더들이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몰라서 걱정입니다.

전투기 나오는데 미사일 없다?

현대의 전투기는 멀찍이 떨어져서 미사일을 쏴 상대방 항공기와 지상 표적을 공격합니다. 결국 전투기는 미사일 쏘는 항공 플랫폼입니다. 전투기의 사활은 "어떤 미사일로 무장했느냐", "미사일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달렸습니다.

KF-21 블록Ⅰ은 공대공 버전입니다. KF-21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유럽의 미티어입니다. 단거리는 독일의 IRIS-T입니다. 한국 정부가 계약한 공대공은 미티어 약 100발, IRIS-T 약 50발입니다. 완전 무장을 했을 때 KF-21은 미티어 6발, IRIS-T 4발을 장착합니다. KF-21 블록Ⅰ 40대 중 미티어 완전 무장은 약 16대에, IRIS-T 완전 무장은 12대에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통상 해외 공군들은 4소티(sortie·작전 비행)에서 6소티에 해당하는 전투기 무장을 갖춥니다. 미티어 100발, IRIS-T 50발이면 미티어는 16대에 한해, IRIS-T는 12대에 한해 각각 1소티 무장만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KF-21 블록Ⅰ은 양산돼도 미사일 없는, 그냥 조종사 한두명 태우는 비행기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한국 공군에게 공대공 4소티, 6소티 무장은 한낱 꿈입니다. 오죽했으면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KF-21의 공대공 상황을 놓고 "전투할 수 없는 전투기만 양산되고 있다"고 일갈했을까요.

눈 여겨 봐야할 나라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입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고, 안보적으로도 유달리 위험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최근에 미국으로부터 316억 달러 상당의 AIM-260 공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무려 450발입니다. 경제 규모 크고, 안보 불안 상존하는 한국이 장거리, 단거리 합쳐서 150발 도입한 것과 비교가 됩니다.

IRIS-T 단거리 공대공 발사 시험을 하는 KF-21

국산놀음에 도낏자루 썩을라

한국 공군은 전시 탄약 소요에 맞춰 900발 이상의 KF-21용 공대공 미사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군 요구의 6분의 1만 수용한 정부와 합참의 입장은 "공중전은 전쟁 초기에 집중되니까 사흘치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하면 된다"입니다. 함정은 미사일 국내 독자 개발에 있습니다.

국산 미사일을 적시에 개발하면 더할 나위 좋습니다. 하지만 국산 장거리 공대공은 개발 주관 업체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국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독자 개발해서 KF-21에 장착하겠다며 시간을 잡아먹은 통에 KF-21 블록Ⅰ은 공대지 없는 반쪽 공대공 전투기로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국산 장거리 공대지 개발은 상대적으로 쉬운 초기 비행시험에서 연속 실패하다 일시 중단했습니다. 당초 계획인 2028년 개발 성공을 장담하지도 못합니다.

대통령도 걱정하는 미사일

작년 12월 18일 국방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작년 12월 18일 국방부와 방사청 등의 대통령 업무보고 중 이재명 대통령은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왜 공대공 미사일은 개발을 안했나"라고 돌발 질문을 했습니다. 국방부,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고위직들은 우왕좌왕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측이 KF-21의 공대공 사정이 딱하게 된 점을 말하자,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은 폴란드 수출용 FA-50 관련 질문 같다며 화제를 돌리려고 했습니다. 방사청 측은 "(KF-21용)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33년 하반기 양산 착수해서 35년 완료된다"며 다시 KF-21로, 그것도 상대적으로 개발에 여유가 있는 단거리 공대공을 꺼내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국방부 측은 "KF-21 전력화되면서 공대공 미사일은 패키지로 들어오게 돼 있다"며 KF-21의 열악한 공대공 상황을 오도했습니다.

질의 답변 도중 이 대통령은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른다"며 양해해줬지만 한국 방산의 리더들은 각기 동문서답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한국 방산 리더들이 전투기와 미사일의 관계를 꿰뚫고 있다면 일찍이 KF-21용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 준비는 잘 됐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너그럽게 한 발 빼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똑 부러지는 현답을 해서 대통령의 궁금증을 풀어줬을 것입니다. 전투기 미사일에 정통한 한국 방산의 리더가 없는 가운데 KF-21 미사일 이슈가 잘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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