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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어떻게 마셔" 시커멓게 '콸콸'…희뿌연 거품 '보글'

울산 농지서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의혹

"물 어떻게 마셔" 시커멓게 '콸콸'…희뿌연 거품 '보글'
▲ 토양 오염 현장 소개하는 마을 주민

울산 울주군 한 마을에서 농지 성토를 가장한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의혹이 제기돼 행정 당국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토사에서 기준치 십수 배에 달하는 중금속이 검출되는가 하면, 오염토가 섞인 빗물이 지하수와 함께 인근 논밭으로 유입돼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제(13일) 오전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의 해당 농지에는 3∼4m 높이 흙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고 약 1만㎡(3천여 평) 규모 흙밭에서는 쇳내 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흙더미 사이에 굴착기 한 대가 멈춰 있었고, 무언가를 묻으려다 만 듯 깊게 파여 있는 구덩이 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뿌연 액체가 고여 거품을 냈습니다.

이곳과 1.5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마을주민 임 모 씨는 "어제 논에 물을 대려고 지하수를 퍼 올렸는데, 갯벌 같은 시꺼먼 물이 솟구쳐 올라 깜짝 놀랐다"며 "오늘 아침에 가보니 논바닥이 온통 빨갛게 변해 있는 등 올해 농사를 아예 망치는 건 아닌지 잠도 못 잤다"고 한탄했습니다.

이곳은 지난 2월 농지개량 신고 후 다음 달부터 약 두 달간 성토 작업이 진행된 농지입니다.

초기에는 신고한 대로 농지개량을 위해 양질의 토사를 실어 오는 듯했으나, 한 달쯤 전부터 성토용 토사라고 보기 어려운 산업 폐기물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장에서 굴착기로 구덩이를 판 뒤 폐기물을 쏟아붓고, 그 위에 깨끗한 흙을 덮는 식의 작업이 반복해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주민들 불편이 커진 끝에 지난달 30일 군청에 첫 민원이 접수되자, 지자체는 성토 현장을 확인하고 토사 시료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각종 중금속 수치가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리는 기준치의 16배, 아연은 11.6배 수치가 검출됐고, 니켈(6.8배), 카드뮴(6.5배), 납(4배)도 기준치를 넘어섰습니다.

토양 내 각종 이온 농도를 나타내는 전기전도도(EC)는 기준치의 6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확인한 울주군은 토지주와 행위자에게 성토 중지 명령을 내리고 원상복구를 위한 행정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울주군 관계자는 "작년부터 농지개량 사전 신고 의무제가 도입됐지만 어디까지나 신고제인 만큼 현장을 일일이 감시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만큼, 어제 원상회복 명령 사전 통지를 발송했으며 절차가 끝나는 대로 토지주와 행위자 모두를 고발 조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은 땅이 침투한 오염물질이 마을 농경지와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인근 외와마을 이장 김 모(73)씨는 "평생 지하수를 식수로 마셔온 우리 주민들은 이제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공포"라며 "장마철이 되면 이 오염된 토사가 그대로 아래쪽 계곡과 강으로 씻겨 내려갈 텐데 그때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환경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원이 들어오면 그제야 조치하는 방식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민원이 발생한 뒤에야 취하는 조치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며 성토용 토사 출처를 명확히 하는 '토사 실명제' 도입, 성토 현장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마을 단위 주민감시단 운영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행위자 측은 "법적으로 정해진 신고 절차를 모두 정상적으로 밟고 개량행위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토지주는 "불법 행위가 이뤄지는 줄 몰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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