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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퇴직금까지 압류"…약점 이용해 '보복 소송'

<앵커>

농촌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가 체불 임금 같은 문제로 고용주와 갈등을 빚다 거꾸로 소송을 당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우리말과 법에 서툴러 대응하기도 어려운데, 이것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4년 전 입국한 네팔 출신 30살 A 씨는 최근 통장과 월급이 압류됐습니다.

지난해 일이 너무 고돼 일자리를 옮겼는데, 이전 인삼밭 고용주가 "A 씨가 농작물 관리를 소홀히 해 수확량이 줄었다"며 1천300만 원 상당 지급명령을 법원에 신청한 것입니다.

지급명령은 "상대가 빚을 졌다"며 채권자가 관련 서류를 내면 별도의 심리나 변론 없이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제도입니다.

한국어 문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14일의 이의신청 기한을 놓친 A 씨는 급여와 통장뿐 아니라 퇴직금, 출국 만기 보험까지 압류됐습니다.

뒤늦게 이주단체 도움을 받아 압류를 멈춰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해 지금도 월급의 절반을 못 받고 있습니다.

해당 고용주는 SBS에 A 씨가 동료와 분쟁이 잦았고, 인삼밭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 자료 등을 근거로 지급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다야 라이/이주노조 위원장 : 일 많이 시키고 임금도 적게 주고 그래서 이 농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예요. 사장은 괘씸해서, '내가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거고요.]

퇴사하면서 체불 임금을 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낸 미얀마 출신 B 씨 역시 고용주로부터 지급명령을 신청할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B 씨/미얀마 출신 : ((회사가) 이전 동료의 지급명령 서류를 보여주면서 뭐라고 하던가요?) (퇴사를 원한다면) 그동안 제공했던 숙소비와 식비를 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렇게 소송을 걸 거다.]

[김광일/노무사 : (이주 노동자가)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지금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피말리게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소장을 번역해 제공하는 형사 사건과 달리, 민사 소송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최소한의 법률 지원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이주 노동자들의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김남성,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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