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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윳값 4달러대 치솟자 "곧 떠날 것"…발 빼는 트럼프 [이브닝 브리핑]

휘발윳값 4달러대 치솟자 "곧 떠날 것"…발 빼는 트럼프 [이브닝 브리핑]
미국시간 3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관련 또 한 번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트럼프는 "우리는 아주 곧 떠날 것"이라고 했고, 시점은 "2주, 어쩌면 3주"라고 예상했습니다. 심지어 "이란은 나와 합의할 필요가 없다. 이란이 장기간 동안 석기시대(stone ages)로 접어들고 그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쟁으로 국제 유가에 불을 지른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해협의 안전 확보는 프랑스든 영국이든 "그 해협을 쓰는 나라들"이 맡으라고 했습니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결승선이 보인다. 오늘내일은 아니지만 다가오고 있다"고 거들었습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종전 선언은 트럼프 자신이 할 것이고 출구 비용은 동맹이 나눠 내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호르무즈 해협

휘발유 가격 급등에 트럼프 못 버티고 출구 전략

기세 좋던 트럼프가 출구 전략까지 언급하며 꼬리를 내린 이유, 바로 미국민이 가장 예민해하는 휘발유 값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협회 AAA가 집계한 3월 31일 기준 전미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18달러(한화 6,100원)로 '4달러 벽'을 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던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가장 비싼 곳은 캘리포니아주로 5.887달러이고 워싱턴주 5.346달러, 오리건주 4.933달러로 서부 전역이 이미 5달러 안팎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도 4.124달러이고 최저권인 오클라호마주도 3.272달러입니다. 자동차 없이는 일상 생활 자체가 힘든 미국이기에 대도시와 서부 해안, 물류비 민감 지역부터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AAA 홈페이지 캡쳐

갤런당 4달러, 미국인 소비 행태 바꾸는 마지노선

4달러가 위험한 이유는 '상징성'과 '속도' 때문입니다. 갤런당 4달러는 미국인들이 소비 행태를 바꾸는 심리적 기준선으로 인식됩니다. 로이터는 이번 3월 상승폭이 2000년 이후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미국 휘발윳값은 약 1.06달러, 36% 뛰었습니다. 행정부는 존스법 적용 완화, 전략비축유 방출, 여름철 휘발유 규제 일시 완화까지 꺼냈지만 로이터는 이런 조치들이 상승 속도를 늦추는 정도일 뿐 전쟁이 계속되는 한 가격을 끌어내리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더 직접적인 건 여론입니다. 31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미국인의 66%는 '목표를 다 못 이루더라도 이란전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유가 상승이 가계에 타격을 줬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줄곧 내세운 말이 '에너지 가격 인하'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지금의 4달러는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가격대입니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을 흔들 수 있는 중간선거는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트럼프와 공화당에 "정치적 두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에 악몽 호르무즈, 70년 전 수에즈 사태와 비교

이란 공격으로 불타는 유조선
트럼프에게 점점 악몽으로 다가오고 있는 호르무즈 봉쇄는 1900년대 중반 영국과 프랑스가 호되게 겪었던 수에즈 사태에 비교됩니다. 1956년 7월,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 국유화를 선언했습니다. 이 운하 회사의 기존 소유·운영 주체였던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공조 끝에 이집트를 침공했습니다. 전투에선 패배했지만 이집트는 운하 입구에 수십 척의 배를 침몰시키며 배수진을 쳤습니다. 결국 유럽으로의 원유 수송이 틀어 막혔고 파운드화 가치마저 급락하면서 영국과 프랑스는 열흘 만에 물러섰습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시 미국이 공개적으로 영국과 프랑스를 비난하면서 금융 지원도 봉쇄했다는 점입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영국·프랑스에 유엔 휴전을 수용하라고 압박했고 영국이 파운드 방어를 위해 요청한 13억 달러 규모의 IMF·국제금융 지원도 거부했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미국이 사전 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벌인 전쟁에 유럽 주요국이 군사 지원을 주저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 보자'며 뒤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뒤끝은 전쟁 처리 비용으로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은 미국이, 비용은 걸프전처럼 동맹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걸프전 당시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이 전쟁 비용 상당 부분을 부담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요청하는데 꽤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래빗은 "내가 알기에는 비용 청구가 대통령이 가진 아이디어"라면서 "그가 앞으로 더 자세히 언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1990년 걸프전 때 아랍국과 독일, 일본은 540억 달러(현재 가치로 205조 원)을 나눠낸 바 있습니다.

1척 당 30억 원, 이란은 초유의 통행세 승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은 이란대로 사실상의 '통행료 체제'를 제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 척 당 200만 달러(한화 30억 원)씩을 징수하는 안이 이란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쟁 전 기준 하루 140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으니 현실화한다면 1년에 150조를 챙기게 됩니다. 건설비가 투입된 인공 운하가 아니라 자연 해협에 대한 통행료 징수는 국제법적 근거도, 유례도 없는 일입니다. 미국은 스스로 시작한 전쟁의 뒤처리를 동맹과 소비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이란은 무해통항(無害通航)이 보장된 국제 항로를 사실상의 유료 게이트로 바꾸려 합니다. 둘 다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 내일 오전 대국민 연설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내일 오전 10시, 직접 대국민 연설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란 전쟁에 관해 중요한 최신 상황을 알리기 위한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AP와 로이터 등 미국 언론들은 '셀프 종전 계획' 즉, 미국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쟁을 끝낼지를 구체화하거나 이란과의 협상 상황 진전을 전하는 게 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전 세계 에너지와 공급망을 마비시켜 온 전쟁의 끝이 보인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 뒤집기가 일상인 트럼프이기에 이번에는 진짜일까 다들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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