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시간 6일 예멘 사나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전쟁 반대 집회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로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일원인 후티(안사룰라)까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서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불붙은 중동 위기가 한층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처럼 후티가 홍해의 좁은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무차별 공격을 가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추가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후티가 이란과의 '의리'를 지키겠다면서 참전했지만 미국 등의 대대적 보복을 우려한 듯 아직은 이스라엘에만 상징적 수준의 소규모 원거리 미사일 공격만 가하는 수준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후티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국으로 날아오던 미사일을 방공망을 가동해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 중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에 이어 예멘 후티까지 '참전'을 공식화하면서 중동 위기가 지역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후티는 2023년 가자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0%까지 차지하는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조선 등 상선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해 한때 일대 해상 교통을 마비시켰습니다.
이에 미국의 대대적인 공습이 이뤄졌고, 미국과 후티가 작년 휴전에 합의해 후티는 이후로는 홍해 상선 공격을 자제하던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전선' 활성화를 공언해온 이란은 후티를 동원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중동을 잇는 지름길인 홍해의 원유 수송로까지 막아버릴 수 있다는 위협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가장 강력한 무장 동맹 중 하나가 4주째 이어진 분쟁에 가세했다"며 분쟁이 걸프 전반으로 확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짚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전문가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FT에 "후티가 중동의 광범위한 분쟁에 합류하기로 한 결정은 심각하고 깊이 우려되는 확전을 의미한다"며 "불안정한 전쟁을 더욱 확산시킬 위험이 있고, 지역 안정과 글로벌 무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특히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주요 상업 해상 항로에 미칠 잠재적 충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봉쇄된 상황에서 홍해 통로까지 후티의 공격에 다시 막힌다면 이미 휘청이는 세계 경제에 더욱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까지 이어지는 홍해는 중동산 원유·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핵심 경로입니다.
또한 에너지 상품을 제외해도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잇는 핵심 해상 무역로이기도 합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원유 물동량은 2023년 하루 평균 930만 배럴로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2%까지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후티가 홍해 상선 공격을 본격화하면서 많은 해운사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치는 우회로를 선택했습니다.
이에 2024년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원유 물동량은 하루 약 400만 배럴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빠져나갈 다른 길이 없는 호르무즈 해협과 달리 홍해의 경우 희망봉을 도는 대안의 노선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아라비아해에서 유럽까지 운송 시간은 15일이 더 길어져 운송 비용과 시간이 대폭 증가하게 돼 국제 원유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릴 요인이 됩니다.
후티가 다시 홍해 항행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경우 군사 행동을 자제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역 국가들이 대응에 나서면서 중동 전쟁의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 후티가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후 중동 지역 연합군을 이끌고 후티와 싸웠습니다.
지난 4년간은 후티와 불안정한 휴전 상태를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호르무즈해협 봉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육상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홍해 얀부항을 통해 석유를 돌려 수출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일방적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도 큰 피해를 보면서도 경제적 파멸을 우려해 확전을 피하고자 군사 대응을 극도로 자제해왔습니다.
그렇지만 후티가 홍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공격을 확대한다면 참전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후티도 수십년간 자기조직을 전방위로 후원해오다 어려움에 부닥친 이란을 도와야 한다는 의리와 강대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말살당하기 싫은 생존 본능 사이에서 고심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따라서 후티가 미군을 비롯한 반이란 세력의 강력한 보복을 불러올 것이 분명한 홍해 봉쇄 시도에 나설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후티는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즉각 이스라엘을 공격해 이란 돕기에 나선 헤즈볼라나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들과 달리 오래 사태를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후티는 지금도 정작 홍해 쪽으로는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고 현재 이스라엘에만 산발적으로 원거리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란에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수준의 공격 행동만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후티가 이란이 원하는대로 홍해 봉쇄를 시도하려 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의 대대적인 공격을 감수해야 합니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와의 소통 채널을 열어둔 채 이란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리스크 자문사 바샤 리포트의 창립자 모하메드 알바샤는 FT에 "후티의 방향은 우선 이스라엘에 고정돼 있고, 동시에 미국과 사우디에는 적어도 당장은 그들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즉각적인 대규모 대응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판에 복귀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 그들이 기대하는 바"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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