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는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은 저수지 살목지에 로드뷰(거리 보기) 촬영팀이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 영화다. 제작비 3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80만 명이다. 공포 영화 특유의 젊은 기획과 슬림한 제작 규모로 흥행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이 영화는 과거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진 '살목지 괴담'(안개 낀 밤에 내비게이션 안내로 저수지로 들어가거나, 내비게이션이 '직진'이라도 저수지로 이끄는 등 현실과 꿈이 뒤섞인 체험담이 중심인 괴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상민 감독은 "실제 공간을 떠나 저는 '살목'이라는 지명의 무속적 의미에 주목했다"면서 "살목이 무속적으로는 '죽은 나무가 있는 땅'이라는 의미가 있다. '음산하고 어두운 느낌이 드는 땅'이라는 방향에 맞춰 기획이 이어지게 됐다"고 상상력의 확장에 대해 언급했다.
10~20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괴담'에 실제로 존재하는 스팟을 배경으로 해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신비함과 공포감을 장르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한다.
영화의 기획과 확장을 보면 2018년 개봉한 '곤지암'이 떠오른다. '곤지암' 역시 심령 스팟을 소재로 작품으로 개봉 당시 268만 명을 모았다. 두 영화 모두 저예산으로 제작됐으며, 젊은 세대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괴담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곤지암'이 파운드 풋티지(Found footage: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 방식으로 촬영해 공포감을 조성했다면, '살목지'는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 모션 디렉터, 고스트 박스 등 특수 장비를 동원해 관객이 저수지 한복판에 있는 듯한 공포감을 구현해 냈다. 여기에 고전적인 호러 기법인 점프 스케어도 빈번하게 사용해 등골 서늘한 순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살목지'는 이야기 자체가 신선하거나 전개가 촘촘한 작품은 아니다. 신비의 공간을 활용해 긴장감을 끌고 가다가 순간순간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연출됐다. 현상의 원인이나 공포의 근원도 속 시원하게 파헤쳐지진 않는다. 초심자들에겐 진입 장벽이 낮은 공포지만 호러 장르 마니아에겐 다소 헐겁게 느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장단점이 뚜렷하다.
특수관 상영은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살목지'는 스크린X(ScreenX)나 4DX와 같은 특수관에서 관람했을 때 장르의 매력이 배가되는 작품이다. 물론 특수관 포맷을 염두하고 촬영을 진행한 것이 아닌 후작업을 통해 효과를 낸 작품이지만 3면을 활용한 스크린X 상영은 수준급의 완성도로 언론시사회 당시 호평을 받았다. 저수지와 안개, 나무와 돌탑, 자동차와 내비게이션 등의 설정은 일반관에서는 특별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극장 천장까지 활용하는 스크린X관에서는 꽤 오싹한 공포감이 조성된다.
한국 영화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주요 투자배급사들은 제작 편수를 줄이고 예산을 축소하는 가성비 기획을 추구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떠오른 장르가 저예산 제작이 가능한 호러다. 스타 캐스팅에 의존할 수 없는 여건으로 인해 새로운 배우들이 발굴되는 순기능도 하고 있다. '귀신을 부르는 앱'을 시작으로 '삼악도', '살목지'가 개봉했거나 개봉 대기 중이며, 지난해 크랭크인한 '영덕', 올초 크랭크인한 '피화' 등도 올해 중 개봉할 예정이다.
비교적 저예산인 공포 영화는 단기간 촬영 및 빠른 개봉이 가능하다. 젊은 관객을 타겟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SNS와 커뮤니티를 활용한 바이럴 홍보에도 적합한 장르다.
과거에는 '공포 영화=여름'이라는 계절 공식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스크린 공략이 수월한 비수기 극장가에서 오히려 각광받고 있다. '살목지'의 경우 대작 비수기로 분류되는 4월 초 개봉이라 특수관을 확보도 용이한 편이다.
'만약에 우리', '왕과 사는 남자'로 이어진 한국 영화의 흥행 바통을 저예산 호러 영화인 '살목지'가 이어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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