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또 쾅쾅하네요. 여러 번 (공습) 알림 왔어요. 앰뷸런스 소리도 들려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한인 단톡방엔 늦게까지 잠이 들지 못한 사람들의 공습 경험 글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교민은 "아부다비 지금까지 8발. 마지막은 많이 컸네요"이라고 썼고, 이어 다른 교민은 "두바이에는 (알림 문자가) 안 오긴 했는데"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고 이란이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공관 등을 겨냥해 반격에 나서면서 이 지역에 체류했던 한인 중 상당수는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 등 이용 가능한 항공편으로 한국 또는 인근 국가로 빠져나갔습니다.
전쟁이 길어지자 일부 한인들은 이드 연휴와 자녀들의 짧은 봄방학 기간을 이용해 유럽 등지로 일시 대피했습니다.
그러나 불가피한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한 채, 별도의 SNS 채팅방에서 전쟁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거나 서로 대책을 논의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이란의 주변국 공격은 이드 연휴 시작일인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게 한인들의 전언입니다.
다른 교민은 "(드론, 미사일 공격) 횟수가 줄어든 것 같아요. 이드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이드 후가 문젠데, 안 쏘겠죠?"라고 썼습니다.
실제로 UAE 국방부가 매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공개하는 드론 및 미사일 공격 빈도 자료에 따르면 최근 들어 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성사된 상황도 아니고, 빈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두바이나 아부다비가 돌아가도 될 만큼 안전해진 건지, 돌아가는 비행 편은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아진 이유입니다.
두바이에 머물다가 전쟁 초기에 튀르키예로 피신한 한 대기업 주재원은 "이란의 공격 횟수가 확연하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달 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여기게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귀국한 한 두바이 교민은 현지 단톡방에 "잠깐 한국 나와 계신 분들 언제 들어갈 계획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주말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다들 상황을 조금 더 보실 예정이신가 궁금하네요"라고 물었습니다.
카타르 도하 교민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타르 교육부가 오는 29일부터 대면 수업 재개를 예고한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대피했던 교민들은 도하로 돌아가도 안전한지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한 도하 교민은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부른 거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해도 불안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다른 교민은 "종전 선언이나 최소한의 협상 발표 나고 나서 들어가는 게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생활 터전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는 교민들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과 관련,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라며 이란에 보낸 48시간 최후통첩, 이란과의 대화 발표와 시한 5일 연장, 이란 측의 대화 부인 등 종전 협상에 관한 반전 상황이 생길 때마다 한숨과 기대가 교차하는 일상입니다.
또 협상 분위기와 달리 갑자기 지상전이 벌어지면 통제불능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두바이에 체류 중인 한인 A 씨는 "곧 개전 한 달인데 만약 (미국) 지상군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작전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지상전이 시작되면) 이란이 막 나갈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전쟁 경험은 처음인데, 안전한 곳이 있으면 좋은데 그런 곳이 있을지…"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장기화하는 전쟁이 생업에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과장 보도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현재 자녀가 있는 아부다비에 체류 중인 두바이 교민 B 씨는 "비록 이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민간인 거주 지역은 안전하고 현지 쇼핑몰 등의 상황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일부 언론의 보도가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면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교민들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핵시설이 있는 남부 디모나는 물론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에 이란에서 쏜 탄도미사일이 방공망을 뚫고 떨어져 큰 피해를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졌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교민 C 씨는 통화에서 "가자 전쟁에 이어 다시 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사업도 어려워졌고 교민들도 고통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엔 이란 탄도 미사일이 요격되지 않고 주거지 등에 떨어졌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한층 커졌다"며 "그동안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대도시에선 거의 모든 미사일이 요격됐었는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요격 미사일 재고가 바닥난게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습니다.
전쟁 장기화는 한국기업의 현지 사업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이집트 카이로로 피신한 한국기업 사우디 주재원 D 씨는 "한국에서 선적한 제품 운송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운송 비용도 대폭 올랐다"며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사우디의 경우 신변에 위협을 느낄 만큼 위험한 상황은 없었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는 28일까지는 카이로에 머물다가 상황을 보고 사우디로 돌아갈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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