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국기
미국과 이란이 이번 주 종전 문제를 논의하는 첫 대면 협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남아시아의 파키스탄이 중재국 역할을 자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재에 나섰습니다.
타히르 안드라비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다면 파키스탄은 언제든지 회담을 주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대면 협상이 이르면 이번 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달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이란의 첫 대면 협상이 됩니다.
파키스탄과 이란은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이지만 자국에 적대적인 분리주의 테러집단을 서로 숨겨주고 있다며 갈등을 빚는 등 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2024년 1월에는 상대국 영토 안의 분리주의 무장세력을 겨냥해 서로 공습하며 무력충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이슬람 형제국'이라는 넓은 울타리 안에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이번 전쟁 초기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습이 부당하다며 규탄한 적이 있습니다.
파키스탄에는 수니파 무슬림이 많지만, 시아파 무슬림 인구도 세계에서 이란 다음으로 많습니다.
시아파 무슬림은 2억 5천만 명가량인 파키스탄 인구의 15%가량을 차지합니다.
이는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있어 수니파가 많은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중재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현재 상황을 논의했으며 긴장 완화와 대화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미국과 관계에서 파키스탄은 냉전 시기 뚜렷하게 친미 노선을 걸었습니다.
2004년부터는 '주요 비(非)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소련을 타격할 수 있게 미국에 공군기지를 내줬고 미국산 전투기인 F-16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핵 개발에 나서면서 미국 제재를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미국과는 오랜 기간 가깝게 지낸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경제 위기가 심해지자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협력하는 등 지난 몇 년 동안은 중국에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미국과 관계 개선에 노력 중인 파키스탄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을 때 공식적으로는 규탄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관계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미국도 지난달 파키스탄이 이웃국 아프가니스탄과 4개월 만에 무력 충돌을 재개하자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에는) 훌륭한 총리가 있고 훌륭한 장군이 있으며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며 "내가 정말 존경하는 두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파키스탄의 두 인물은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에서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로 평가받는 무니르 총사령관은 지난해 육군 참모총장에서 승격돼 육군뿐만 아니라 해군과 공군까지 지휘하고 있습니다.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 정책과 경제까지 중요한 사안마다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숨은 실세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동 전쟁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가세할지를 놓고 숙고할 당시에도 이란을 잘 아는 무니르 총장과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백악관에서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은 이란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위기로 국가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란과의 국경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점도 이번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으로 꼽힙니다.
또 파키스탄에는 미군 기지가 없어 미국과 이란이 협상할 수 있는 '안전한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이 비공식 접촉으로 긴장 완화를 타진하고 있지만 협상이 진전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짚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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