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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소수 선박만 호르무즈 통행 허용…"지배력 과시 의도"

이란, 소수 선박만 호르무즈 통행 허용…"지배력 과시 의도"
▲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는 화물선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한 이란이 극소수의 일부 선박 통행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0%가 지나는 이 해협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관측됩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해양 교통정보 플랫폼 마린트래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주 최소 8척의 선박이 그동안 잘 이용하지 않았던 라라크섬 주변의 경로를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란의 자국 유조선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그리스 선적의 유조선과 대형 화물선이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이란 내 항구들에 정박 중이었습니다.

해운 전문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한 유조선 운영업체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과를 조건으로 이란 측에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지급했다고 최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선박들도 자동 추적 시스템을 끈 채 같은 경로를 이용해 역시 해협을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이들 선박의 움직임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자국 선박의 해협 통과를 위해 이란 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이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전략적 가치가 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지배력을 과시하고 외교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자국과의 무역에 관여하거나 가까운 관계를 가진 선박들의 해협 통과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최대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과 관련된 최소 9척의 중국 선박이 원유나 정제유를 싣고 아부다비 북쪽 걸프 해역 한가운데 모여있는데,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보도했습니다.

영국의 퇴역 해군 사령관인 톰 샤프는 FT에 "이 해협의 통제는 언제나 이란의 '트럼프 카드'(매우 유리한 카드)였다"며 중국이 이란 원유의 주요 구매자라는 점에서 이란이 중국 선박의 통과를 허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막기를 원하지 않는 이유다. 왜냐면 중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란도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채택한 전술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합니다.

후티 반군은 홍해 입구에 있는 바브 알만다브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로부터 안전한 항행을 요청하는 이메일 신청서를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는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가까웠던 모하마드 모크베르 전 부통령도 이번 전쟁이 끝난 뒤 이란이 "제재 대상인 나라에서 강력한 지위를 가진 나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호르무즈 해협에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의회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해운업계의 한 고위 인사는 FT에 "(이란의) 고위층에서 내린 결정이 과연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사람에게까지 잘 전해 내려오느냐가 큰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 해역에서는 이번 전쟁 기간에 최소 22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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