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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톱만큼의 잘못도 없는데"…억울한 옥살이, 취재 시작되자 '대반전' (D리포트)

모르는 번호로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

번호를 바꿔가며 연락해 오는 의문의 남성은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A 씨에게 기막힌 제안을 건넵니다.

[A 씨/'억울한 옥살이' 피해자 : '공소시효가 안 지나고 아직 경찰서를 들어가면 안 되는 상황이니 좀 지나서 한 번 만나자'라고…]

누군가의 범죄를 눈감아달라는 황당한 요구, 이 기구한 사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A 씨는 불법 게임장 업주로 몰려 8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결백을 호소했지만, 수사기관과 1심 법원은 A 씨가 실소유자라며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억울한 옥살이' 피해자 : 손톱만큼의 잘못도 없는 내가 구속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아무런 생각이 안 날 정도니까 억울한 징역을 살아본 사람들만이 이런 감정을 이해할 거에요. 아마.]

하지만, 이 사건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습니다.

수사의 시작이었던 익명 제보자의 조서가 의문투성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작성한 익명 제보자의 조서에는 수천만 원대 불법 환전이 이뤄지는 게임장의 업주가 A 씨라고 진술한 걸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 제보자, 법정 증인석에 서자 전혀 다른 증언을 내놨습니다.

문제의 게임장에 가본 적도, 경찰에 제보한 적도 없다며 조서 내용을 정면 부인한 겁니다.

A 씨는 옥중 항소를 결정했고,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범죄 수익이 A 씨가 아닌 '김 사장'이란 인물에게 전달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덕분입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김 사장이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까지 명시하며, 수사기관에 사실상의 재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이승태/변호사 : 'A가 무죄다'라고만 한 것이 아니라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그 판결문에 'B가 진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구를 넣어서 경고해준 거나 마찬가지죠. 다시 수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건입니다.]

A 씨가 김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전화를 받기 시작한 건 이 무렵부터입니다.

[A 씨/'억울한 옥살이' 피해자 : 계속 바뀌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열통이 터지니까 죽을 것 같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게 화나고…]

하지만, 법원이 지목한 유력 용의자, '김 사장'에 대한 수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멈춰 있었습니다.

소재를 찾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담당 경찰관은 아직 사건 기록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사건 담당 경찰관 : 왜 (수사) 중지됐는지도 모르고 아직 기록을 안 봤어요, 저도. 제가 담당하던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 수사규칙상 수사 중지 사건이라도 매 분기 소재 수사를 이어가야 하지만 반년 넘도록 기록 검토도 안 됐고, 수사 재개를 촉구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사건 담당 경찰관 : 112로 전화를 하셔서 '여기 수배자가 사는 거 같다'라고 신고를 하시면 경찰관이 출동해서 나갈 거예요. 그러면 (수사) 재개가 돼요.]

피해자에게 직접 진범을 찾아 신고하라고 안내한 겁니다.

[A 씨/'억울한 옥살이' 피해자 :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은 이렇게도 되는가 보다는 생각도 들고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라도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취재진은 김 씨의 추정 도피처로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김 씨의 아내 집이었는데, 아내는 연락이 끊겼다며 잡아뗐습니다.

[김 씨의 아내 : 아니, 제가 만날 일이 없는데 뭐 하고 사는지를 어떻게 알아요. 제가 뭐 생활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명백한 거짓입니다.

김 씨 아내는 남편 대신 범죄 수익을 받아 전달해 주거나 생활비로 사용해 왔고, 재판 전 남편과 증언 내용을 사전에 논의한 정황까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경찰은 대응 미흡을 인정하고, 김 씨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무고한 시민을 가두는 데는 단호했던 공권력이 정작 진범을 쫓는 데는 한없이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 : 안상우, 영상편집 : 김종태, 디자인 : 박태영, VJ : 김준호,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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