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김어준 발 '공소취소 거래설', 내부폭격을 왜? [이브닝 브리핑]

김어준 발 '공소취소 거래설', 내부폭격을 왜? [이브닝 브리핑]

'내부총질' 넘어 '내부폭격'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심상치 않은 의혹을 터뜨렸습니다. 전 MBC 장인수 기자가 이 방송에 나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와 검찰개혁을 바꾸는 일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취지로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부 고위관계자가 최근 '(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해주라'는 메시지를 고위 검사 다수에게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검찰은 '이재명 정부가 우리와 거래하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치권은 이른바 '사법 개혁 법안'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이 법안 중 핵심이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분산하는 내용의 공소청법입니다. 야당은 이들 법안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 추진되고 있다고 공격합니다. 이런 판국에 이재명 정부가 나서서 대통령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을 맞바꾸는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은 자칫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폭로한 매체의 성격이 의혹의 폭발력을 배가합니다. 김어준 씨는 자타공인 가장 강력한 친여 스피커였습니다. 최근 여당의 노선이나 의사 결정에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비판을 받을 정도입니다. 그런 김어준 씨가 '내부총질', 아니 '내부폭격'이라 할 만한 의혹 제기의 판을 깔아줬다는 점에서 파장이 간단치 않습니다.
검찰

발칵 뒤집힌 정치권

매우 당연하게도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김어준 씨 방송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낭설로 대통령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정권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를 근거 없는 낭설로 시작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황당함을 넘어 기가 막힌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라며 따졌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호재를 만났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관련자 처벌은 물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며 '특검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여권 내부의 폭로는 신빙성이 높은 만큼 특검을 동원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해당 거래설의 주체로 지목되고 있는 정성호 법무장관은 '일부 세력의 몰아가기'라며 딱 잘라 부인했습니다. 정 장관은 YTN과의 통화에서 '최근 검사들을 만나 검찰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는 정부·여당이 검찰개혁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일선 검사들에게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하라는 격려 차원의 발언'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기본 안 지킨 무리한 보도를 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김어준 씨가 전달한 해당 보도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전혀 지키지 않았습니다. 전적으로 '전언'에 기댄 내용으로 이뤄진 보도입니다. 직접 들은 내용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더라'라고 옮긴 형태입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금과옥조처럼 배우는 원칙이 있습니다. "전언은 취재의 단초가 될 수 있지만 결과물이 될 수는 없다." '전언'을 입수하면 그 말을 같이 들었던 복수의 제 3자에게 확인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최초의 '발화자'에게도 반드시 확인 과정을 거칩니다. 적어도 확인 취재를 통해 '발화자'의 반응을 보고 해명을 듣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보도에는 이런 확인 과정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대단히 무리한 보도였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듭니다. 최근 십 수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 중 하나였던 김어준 씨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내용의 방송을 강행했냐는 점입니다.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하기에는 흠결이 대단히 많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폭발력이 강한 내용을 더 확인해보지 않고 전하다니 불가해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안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내부 권력 투쟁의 신호탄?

상기한 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보니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합니다. 먼저 최근 여권에서 진행 중인 일련의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알다시피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부적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청래 당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친청'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들인 '친명' 사이에는 긴장감을 넘어 파열음마저 불거졌습니다. 특히 '공소청법'과 관련해 민주당 내 강경파가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두 번 자신의 SNS를 통해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청래 대표는 "입법권은 당에 있기에 조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와중에 김어준 씨는 정청래 대표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검찰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당내 강경파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문제의 보도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① '검찰 개혁' 동력의 재점화 :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를 시험대에 올리고, 동시에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두 번의 SNS 메시지를 통해 사법부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면 안 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개혁의 목표와 수준을 '국민의 눈'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강경파와 김어준 씨는 현재의 검찰, 바뀔 공소청의 권한을 더 확실히 축소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찰 속에서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후퇴했다."고 꼬집으며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적어도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통령의 진의와 무관하게 이름을 팔아 개혁 정신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 경고하려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통해 소위 '사법 개혁' 등 당내 주요 노선에 있어 자신의 결정권을 한층 강화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② 선명성 경쟁 : 정청래 의원 등 당내 강경파(이른바 '친정' 세력)와 궤를 같이하며, 온건한 기조를 보이는 청와대 정무·민정 라인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합니다. 즉, '진정한 개혁'의 파수꾼 이미지를 선점함으로써 당권 경쟁이나 차기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③ 리스크 관리 : 향후 검찰 관련 법안이 후퇴했다고 느낄 경우 이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을 미리 쌓아 두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속내가 무엇이든 김어준 씨의 방송은 유야무야 무마하기에 너무 큰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게다가 전후 맥락이나 관련 인사들의 반응 등으로 볼 때 신뢰성에 상당한 의심이 듭니다. 이번 일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사이에는 회복하기 쉽지 않은 감정의 골이 파였다는 평가입니다. 향후 여당 내부의 권력 구도나 행보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가깝게는 신설될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관련 법안부터 멀리는 청와대와 여당 간 관계 변화까지 어떤 파문과 연쇄 반응을 불러올지 예의주시할 만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