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두바이유 선물 가격,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하자 코스피가 오늘(9일) 장 초반 7% 넘게 급락하는 등 국내 증시에 충격이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늘 오전 9시 58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404.90포인트(7.25%) 내린 5,179.97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5.72% 내린 5,265.37로 출발한 지수는 오전 9시 28분쯤에는 5,171.53까지 밀리기도 했습니다.
개장 직후부터 과도한 급락세가 나타나면서 오전 9시 6분 2초쯤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 조처가 발동돼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재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 2천159억 원과 8천723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반면 개인은 2조 326억 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67.15포인트(5.82%) 내린 1,087.52를 보입니다.
지난주 코스피가 10.6% 급락하는 동안 코스닥 낙폭이 3.2%에 그치는 등 중동발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오늘은 충격의 강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주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의 '머니무브'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지만, 유가급등에 따른 충격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당장은 차별성이 크게 나타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이 증시 급락의 주된 배경이 됐습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6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국제유가 급등과 고용 지표 충격에 일제히 하락했는데, 그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꾸준히 치솟다가 100달러 선 위로 치솟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시간 오늘 오전 9시 30분 현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8.29% 오른 배럴당 107.53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장중 최고치는 111.24달러입니다.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자, 수출길이 막힌 쿠웨이트가 감산을 선언하는 등 걸프 산유국들이 차례로 에너지 관련 시설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것입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여타 주요국 증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현재 6.58% 급락한 51,963.04를 나타내고 있으며, 조만간 개장할 대만 가권과 중국 상해종합지수 등도 하락 출발이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못해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융시장의 연쇄적 버블 붕괴로 이어지며 주식시장이 추세 하락으로 전환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주 동안 천연가스 가격은 60%, 국제유가는 30% 넘게 올랐다"면서 "과거 유가가 두배로 오르면, 전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속 경기침체) 압력 이후 침체에 빠졌던 경험들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전 초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긴 했으나 베네수엘라 등 사례와는 달리 '순교 서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측면도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게 하는 배경입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고지고자의 제거는 전쟁을 끝내는 요소가 아니라 시아파의 순교 서사 완성으로, 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종교적 의무를 발생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전략적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 측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 등도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다만, 미국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무작정 전쟁을 끌고 가기 힘든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란 차기 지도자와 극적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듭니다.
허 연구원은 "이란 전쟁이 확전 조짐을 보인다.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비(非)미국 지역과 전통 경기민감주들의 강세 추세에 제동이 걸렸다"면서도 "좋은 점도 있다. 국내 증시 과속 부담은 완화되고 있고, 미국 소프트웨어주들의 급락과 빅테크들의 부진도 진정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 연구원은 "더 확실한 것은 무리하게 전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빨리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라면서 "유가 100달러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방산, 정유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등 트럼프 정책 피해 산업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DS투자증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의 보복 능력이 구조적으로 훼손된 상태라면서 이번 사태로 촉발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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