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현직 사법연수원 교수가 여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 조선시대의 '소송 지옥'이 재현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법연수원 교수인 모성준 부장판사는 어제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재판소원 논의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올려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모 부장판사는 "조선시대에는 중앙의 형조, 호조, 한성부뿐 아니라 각 도의 관찰사, 각 고을의 수령이 재판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관할 경계가 모호해 백성들이 이 관청 저 관청을 돌며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특히 지방 수령이 교체될 때마다 이전 재판에서 패한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건을 다시 들고나오는 '재판의 무한 불복'은 고질적인 사회문제였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백성들이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문화에 더해 관청 간의 자존심 싸움과 상급 기관의 개입이 빈번해지면서 판결이 확정되지 못하고 겉도는 재판 장기화가 심화했고, 이는 정작 시급히 해결돼야 할 중요 분쟁들을 뒷전으로 밀어냈다"며 "수령들은 밀려드는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민사 사건임에도 곤장을 가해 억지로 종결하려 했고, 임금은 재판 횟수를 제한하는 법령을 거듭 선포했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모 부장판사는 "누구도 헤어 나올 수 없는 '소송 지옥'이었던 조선은 사법 자원의 한계와 불복의 일상화가 결합했을 때 사법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생생히 증명한다"며 "현재 재판소원 논의는 겉으로는 국민 기본권 구제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재판에 승복하지 못하는 당사자들에게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둠으로써 조선시대의 '거듭된 송사'와 '불복'의 역사를 현대적 버전으로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현재 논의는 재판의 설득력과 승복률을 높이는 방안보다는 사법권을 보유한 법원을 외부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통제하겠다는 '권력 구조적 접근'에 치우쳐 있다"며 재판소원법을 "헌재를 사실상 최고법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모 부장판사는 "조선시대에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끝나지 않는 재판'을 종식한 방법은 다름 아닌 재판 권한을 사법부에 집중시키고,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3심 체계를 완성한 것"이라며 "헌법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아무런 실익이 없고 국민들에게 고통만 가중하는 '소송 지옥'을 불러올 것이 뻔한 재판소원 입법 논의는 재고하고, 사법 시스템의 내실 있는 효율화를 위한 실질적 논의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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