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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우당탕탕, 으악!" CCTV 보니 소름…8년 만에 뒤바뀐 죽음의 진실/ SBS / AFTER 8NEWS / 안희재 사회부 기자

00:00 인트로
00:35 CCTV에 찍힌 수상한 장면?
02:23 뒤바뀐 수사 국면, 그러나
04:05 직접 수사 나선 검찰, 결과는?
05:34 "억울한데 아무도 처벌 안 받아" 유족이 바라는 한 가지

2018년 9월 경기 수원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다급한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계단참에 서 있던 대형 신발장이 환경미화원 A씨를 덮쳤다는 겁니다.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진 A씨. 머리를 크게 다쳤는데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한 달 만에 결국 숨졌습니다. 대낮에 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다쳐서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죠. 그런데 8년이 지나서 한 통의 제보가 SBS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숨은 반전이 있었다는 겁니다.

1. CCTV에 찍힌 수상한 장면?
사고 당시 CCTV 영상입니다. 미화원 대기실이 있는 건물 창문에서 무언가 우당탕탕하죠. A씨가 신발장과 함께 떨어지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목격하고 놀란 듯 뛰어가는 동료 미화원들.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곧 구급차가 도착해 A씨를 실어갑니다. 인파가 흩어지고 상황도 정리되는 듯 보이는 이때 석연찮은 장면이 포착됩니다. A씨가 떨어진 이 현장 창문으로 무언가를 옮기는 장면이 보이는데요. 건물을 빠져나오는 미화원들이 들고 있는 것, 바로 A씨를 덮친 신발장입니다. 곧장 사고 현장 바로 옆에 있는 창고로 향하죠.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등장한 이 미화원들 손에 나무 조각들이 보입니다. A씨를 덮친 신발장을 창고 안에서 발로 차고 부서 해체해버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겁니다. 사고 불과 30여 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A씨 유족 : 현장 확인했을 때 신발장이 다 산산조각 나서 왜 이걸 부쉈지하는 그런 의문이 들었고요.]

옆에서 이런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남성이 있습니다. 당시 이 행정복지센터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한 시공무원 한 모 씨입니다.

[A씨 유족 : (사고 직후) 동사무소에선 미화원들한테 신발장 부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이렇게 주장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청소 담당 공무원이 본관으로 들어간 다음에 모종의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미화원들한테 지시를 하거든요. 신발장을 부숴라.]

유족은 멀쩡한 신발장이 갑자기 쓰러졌을 리가 없다면서 당시 수원시장 등을 고발하고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진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고발 사건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일단락이 됐습니다.

2. 뒤바뀐 수사 국면, 그러나
반면에 2021년 5월, 그러니까 A씨가 숨지고 3년 만에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습니다. 판사가 직접 현장 검증을 진행하는 절차 등을 거쳐서 신발장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A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이 재판 과정에서 나온 동료 미화원들의 증언이 국면을 바꿨습니다.

[A씨 유족 : 민사소송 하면서 알았습니다. 000(동료미화원)가 증인으로 나왔거든요. 그 사람(한00) 지시 받고 부쉈다, 그래서 안 겁니다.]

CCTV영상에 증언과 같은 정황이 담긴 걸 확인한 유족은 한 씨가 관리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핵심 증거인 신발장을 없앴다며 경찰에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법원에서 인정한 사실들이 많았기 때문에 금세 결론이 나올 거라고 유족은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발장을 낸 지 1년 석 달 만에 그러니까 2023년 2월 경찰의 수사 통지가 날아왔습니다.결론은 '혐의없음'.한 씨와 동료 미화원들 조사를 해보니까 한 씨 지시로 신발장을 부순 건 다 인정을 하더라, 다만 A씨가 크게 다쳤다고만 생각했지 사망에 이를 거라고 당시 느끼지는 못했다. 신발장이 어떤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거라는 인식 자체를 못 했다는 피의자들의 주장을 경찰이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유족은 반발하며 이의 제기에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고소 사건이라는 이유입니다.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검찰에 직접 고소장을 냈지만 사건은 다시 경찰로 넘어갔고 이송 한 달 만에 다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3. 직접 수사 나선 검찰, 결과는?
포기하지 않은 유족 집념을 알아준 걸까요? 유족 주장을 다시 살펴보라며 검찰이 경찰에 사건 재수사를 요청한 겁니다. 하지만 경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혐의없음' 결론을 계속 유지했고 이후 두 차례나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듭 요구했는데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더딘 수사에 속앓이를 하던 유족, 경찰에 이런 요청까지 했다고 합니다.

[A씨 유족 : 하도 안 되겠어 가지고 제가 2024년 한 4월쯤에 경찰서 찾아가 가지고 보니까는 결론 바꿀 마음이 없으니까, 없어 보인다, 경찰에서는 무혐의 내는 걸 전제로 해 가지고 신속하게 (검찰에 넘겨) 수사해 달라 그러니까 또 이제 신속하게 한 일주일 만에 수사를 해가지고 무혐의로.]

앞서 여러 차례 재수사와 보완 수사를 요구했던 검찰은 2024년 5월 사건을 넘겨 받아 직접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4월 첫 피의자 조사가 이뤄졌고 동료 미화원 조사도 이어진 끝에 지난해 9월 한 씨와 미화원 차 모 씨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찰과 달리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이들이 신발장 관리 소홀로 사고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으면서도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불리한 증거를 없앴다고 판단한 겁니다. 검찰 관계자는 SBS에 유족이 주장한 부분과 CCTV영상 속 정황 그리고 사고 당시 관련자들의 인식이 어땠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4. "억울한데 아무도 처벌 안 받아" 유족이 바라는 한 가지
우리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신발장을 옮기고 부수는 데 가담한 미화원, 총 3명이죠. 차 씨 외에 2명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겁니다. 왜 그럴까요? 유족은 차 씨와 달리 나머지 두 사람은 신원을 알지 못해서 수사 의뢰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합니다. 정보공개청구 등 절차를 거쳐서 지난해 6월에야 뒤늦게 이 둘을 고소했는데 공소시효가 임박한 탓에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이들은 불기소 처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번엔 법원이 나선 겁니다. 유족이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서 낸 재정신청을 수원고법이 받아들여서 지난해 12월 동료 미화원 2명에 대해서도 공소 제기를 하라고 검찰에 명령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검찰이 한 번 내린 결론을 법원이 뒤집어서 기소하라고 하는 재정신청 인용률은 100건 중에 1건이 채 안 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일 때만 내려지는 결정입니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따라서 조만간 이 두 명도 재판에 넘길 방침입니다. 신발장을 부수라고 지시한 한 씨와 그를 따라 장을 해체한 이 미화원 3명이 A씨 사망 8년 만에 모두 법정에 서게 되는 셈입니다. 유족도 차분히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꼭 강조하고픈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 유족 :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아무도 처벌 안 받았다, 한 4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경찰 때문에. 겪어보니까는 힘 없는 일반 국민들이 경찰을 상대로 이기는 거는 사실 거의 힘들고요 그냥 덮어버리면 되는 거예요 경찰 입장에서는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견제 장치는 있어야.]

경찰 수사권 독립을 두고 몇 년째 시끄럽잖아요. 누가 옳은지를 떠나서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보도가 나간 뒤 "기자야 이렇게 검찰 편을 들어주느냐" 식의 반응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정 권력기관을 편들 이유도 없고 편들어줘서도 안 될 겁니다. 다만 유족의 말씀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기는 합니다. 내 가족의 일이었다면 그래서 몇 년을 수사기관만 쳐다보며 살아야 한다면, 그걸 견딜 수 있을 것인가 곱씹게 됩니다. 견제받지 않는 힘은 어떤 결과물을 낳을 것인가? 8년의 지난한 싸움을 거치고 또 다른 지난한 싸움을 앞둔 유족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취재 : 안희재,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한결,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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