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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 인하 숨 고르기…한은도 '장기 동결' 가능성

미 금리 인하 숨 고르기…한은도 '장기 동결' 가능성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행렬이 멈추면서, 한국은행의 다음 달 금리 동결 가능성도 더 커졌습니다.

미국이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데 굳이 한은만 금리를 더 낮춰 현재 1.25%포인트(p)인 격차를 키우고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압박을 자초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환율뿐 아니라 집값과 물가 불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당분간 경기 부양 압박에서도 자유로운 만큼 한은의 금리 동결 기조가 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준은 27∼28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습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10·12월 3연속 인하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발표된 경제 지표, 베이지북(연방준비제도 경기 동향 보고서)에 반영된 경제 심리 등 추가된 모든 것이 올해 성장세가 견조한 기반에서 시작됐음을 시사한다"며 경기 호조를 동결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연준 의결문도 미국 성장세를 '견조하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최근 몇 달간 상승했다'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굳이 경기와 성장을 위해 금리를 서둘러 낮출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이 현재 금리 수준과 관련해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 이중 책무 사이에서 직면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진단한 만큼, 당분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다음 금리 조정이 인상일 것을 기본 전망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인상 전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연준의 동결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역시 다음 달 26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6연속 동결을 결정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15일 회의에서 금통위는 당시 1,500원을 넘보는 높은 원/달러 환율을 고려해 금리를 2.50%에서 묶었습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정지) 우려 등으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28일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낮)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422.5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20일(1,419.2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날 연준이 인하가 아닌 동결을 선택하면서 앞으로 달러 가치의 하락 압력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금리 격차 측면에서도, 미국이 인하를 멈춘 상태에서 한은만 인하를 단행해 금리 차이를 더 키우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2월뿐 아니라 길게는 올해 연중 내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무엇보다 전례 없는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경제 성장률 회복(올해 한은 전망 1.8%) 기대가 커진 만큼, 소비·투자 지원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까지 동원할 만큼 경기 상황이 절박하지 않습니다.

이날 미국 연준의 판단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서학개미·국민연금 등의 해외 투자에 따른 수급 문제로 언제라도 다시 환율이 뛸 수 있고, 서울 등 집값 오름세도 여전한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로 다시 불을 지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기엔 뚜렷한 경기 회복 기조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부 산업·계층에 편중된 'K자형(양극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이 경기 위축을 감수하면서까지 쉽게 연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5일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부문 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 때문에 체감 경기와 괴리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연내 지속적으로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격차가 좁혀지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변하면서 인상 시그널(신호)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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