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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민생고 시위서 "하메네이에 죽음을" 구호도

이란 민생고 시위서 "하메네이에 죽음을" 구호도
▲ 이란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대

이란에서 오랜 경제난과 민생고에 지친 민심이 폭발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31일(현지시간) 영국에 기반을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날 이란 각지에서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자 이란 당국이 군경을 배치하며 긴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도 테헤란 등 전국 대학교 약 10곳에서 학생들이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이에 이란 군경은 최루탄을 쏘고 일부 참가자를 체포하는 등 무력 진압했습니다.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국영매체에 "생계를 위한 평화적 시위는 사회적으로 당연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의 일부"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불안정 조장, 공공재산 파괴, 외부 세력이 사주한 시나리오의 도구로 경제적 시위를 악용하려는 시도는 그에 비례하는 단호한 법적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 당국이 언급하는 '외부 세력'은 미국,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을 뜻합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이름을 건 엑스 페르시아어 계정은 지난 29일 게시물에서 "함께 거리로 나서라, 때가 왔다"며 "우리는 광장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시위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낸 바 있습니다.

일부 여학생은 이란 정권이 여성에게 착용을 강요하는 히잡을 머리에서 벗어 흔들며 "하메네이에 죽음을"이라고 소리쳤고, 다른 학생들은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습니다.

이란 남부 파르스주(州)에서는 시민들이 주지사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벌였습니다.

하마단, 아라크 등에서는 시위대가 "자비드 샤"(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 "팔레비가 돌아올 것" 등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귀환을 바라는 표현입니다.

지난 28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 국면에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중도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시위대에 유화 메시지를 내고, 리알화 폭락의 책임을 물어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샤(국왕)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장남이자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64)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거리로 나가 시위에 참여한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썼습니다.

팔레비는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란 신정체제를 가리켜 "이 정권이 권력을 잡는 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금 더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며 "사회 각계각층의 여러분이 거리에서 이 체제의 몰락을 위해 외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이 체제는 무너지고 있다"며 "보안·사법 집행기관은 국민에 맞서지 말고 국민에 함께하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환율은 최근 1달러당 142만리알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2천리알 정도였던 것에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셈입니다.

테헤란대 명예교수인 사이드 모예드파르는 이란 ILNA통신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년간 누적된 많은 문제가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커졌다"며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느끼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침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직 의원 골람 알리 자파르자데 에메나바디는 이란 대통령과 의회의장 등 지도부에 대해 "근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세계가 등지게 했고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텔레그램 @VahidOnline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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