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시대, 화가 만욱은 그 공존의 실체를 들여다봅니다. AI가 생성한 그림의 진정한 창작자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사유를 제기합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글리치 정원-작동하는 식물, 자라는 기계, 망설이는 인간 / 26년 1월 30일까지 / 갤러리 마리]
초점 없는 눈동자에 기다란 목.
어색해 보이는 표정의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기계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갈수록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만욱/작가 : 기계 자체를 그 외부에 있는 어떤 사물로 인지하기보다 그냥 제 울타리 안에 어떤 가족으로서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서 사람의 형상으로 많이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수풀 속 의자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사람.
주변의 식물이나 무릎 위 반려동물, 그리고 새처럼 날고 있는 기계장치까지 우리는 모두 함께 사는 존재들입니다.
인간이 사는 곳 어디든 동물과 식물, 기계가 공존하고 있는 겁니다.
[만욱/작가 : 인간이 정해놓은 어떤 그런 규칙 밖에서 자유롭게 얽혀 있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좀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작업도 선보입니다.
작가 자신의 과거 작업 데이터를 토대로 AI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도록 한 겁니다.
이렇게 생성된 100장의 그림 중에 하나를 골랐습니다.
[만욱/작가 : 제가 작업한 데이터를 넣긴 했지만 이것이 과연 제가 했다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제가 창작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저 스스로도 조금 들더라고요.]
화면에 표시되는 오류메시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돼 식물을 키우는 생육 에너지로 승화하는 메커니즘을 실험해보기도 합니다.
작가에게 글리치, 즉 오류나 결함은 실패가 아니라 조화를 위한 과정입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연대를 위한 정원으로 모두를 초대합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우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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