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공습받은 나이지리아 자보 마을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성탄절인 25일 나이지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근거지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공습했지만 '기독교인 살해 응징'을 명분으로 내건 이번 공격의 효과를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고 뉴욕타임스가 현지시간 26일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습 표적이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을 살해해온 IS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공격 대상인 소코토주 반군의 성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습니다.
성탄절 공습의 표적이 된 대상은 나이지리아에서 '라쿠라와'로 불리는 반군 세력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소코토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들 세력이 IS 연계 무장 단체로 인접국인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에 근거지를 둔 'IS사헬'과 관련된 조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코토주는 나이지리아 북서부에 있는 지역으로 북쪽 니제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라쿠라와'는 소코토주 수백 개 마을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주민들에게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라고 강요해왔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라쿠라와'를 올해 초 테러단체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라쿠라와'가 실체가 불분명한 지역 강도 집단으로서 성격이 더 강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가축을 강탈해 나이지리아-니제르 인근 국경 지역 시장에 내다 파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라쿠라와' 조직원들은 처음에는 지역 강도 무리와 싸우면서 지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농촌 주민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미군의 자국 내 공습에 동의한 나이지리아 정부도 이들을 테러리스트이자 강도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외무장관 대변인인 알카심 압둘카디르는 뉴욕타임스에 "(라쿠라와는) 유동성이 크고 이념적 동맹은 많지 않다"며 "이번 공습이 해당 지역에서 강도 집단의 추가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군이 나이지리아에서 IS 연계성이 더욱 명확한 세력을 타격하고자 했다면 나이지리아 북서부에 있는 소코토주가 아닌 정반대 북동부 지역을 겨냥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나이지리아 내 여러 테러 조직 중 IS와 연계성이 가장 뚜렷한 집단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을 근거지로 한 이슬람국가서아프리카지부(ISWAP)로 평가됩니다.
이 조직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분파입니다.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는 2009년부터 보코하람과 이슬람국가서아프리카지부(ISWAP)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정부에 저항하며 준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안보 전문가인 카비르 아다무는 보코하람, ISWAP이 장악한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삼비사 숲을 거론하면서 "모두가 그곳이 표적 집단의 근거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이번에 폭탄이 삼비사 숲에 떨어졌다면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군이 최소 12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해 소코토주 내 IS 캠프 2곳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미사일이 테러 집단과 관계없는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미사일이 떨어진 소코토주의 자보 마을에 사는 샤피우 알리유 자보는 공습 당시 비행기가 추락한 것으로 생각해 근처 농장으로 달려갔지만 농막 하나가 불탔을 뿐 인명 피해는 없었다면서 이 근처에 테러 집단의 근거지가 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번 공습의 실질적 효과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지지 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계를 만족시키고 결속하는 데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인 뱅상 푸셰는 이번 공습이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해온 일부 미국 기독교인들에게서 호응을 얻을 것 같다면서 "특히 복음주의 우파에 나이지리아 문제와 관련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좋은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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