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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입력에 0.11초나 걸려?…아마존이 위장취업 북한 노동자 적발한 단서

키보드 입력에 0.11초나 걸려?…아마존이 위장취업 북한 노동자 적발한 단서
▲ 크리스티나 마리 채프먼이 자택에서 운영하던 '노트북 농장'

키보드 입력 데이터 전달 시간 0.11초, 아마존이 협력업체 직원으로 위장 취업한 북한 노동자의 자사 시스템 접속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최초의 단서입니다.

현지시간 2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한 협력업체 직원이 대리인을 내세워 위장 취업한 북한 노동자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아마존이 수상함을 감지한 것은 이 직원의 키보드 입력 데이터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본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10㎳(밀리초)나 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초 단위로 환산하면 0.11초에 불과하지만, 미국 내에서 작업하는 경우엔 수십㎳면 된다는 게 스티븐 슈밋 아마존 최고보안책임자(CSO)의 설명입니다.

이와 같은 미세한 데이터 지연은 이 직원이 미국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내부 조사에 착수한 아마존은 해당 직원이 시스템에 접속하는 데 사용한 기기가 원격 제어된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위치를 추적한 결과 발신지는 중국이었습니다.

결국 아마존 시스템에 침투하려 했던 북한 노동자는 중요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 채 며칠 만에 차단됐습니다.

북한은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의 해외 취업을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위장 취업한 이후 미국 내에 있는 컴퓨터를 원격제어 하는 방식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크리스티나 마리 채프먼(48)은 미국 거주자 70여 명의 명의를 도용, 북한 IT 인력들이 미국 기업 300여 곳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이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연방법원에서 징역 8년 형이 선고됐습니다.

채프먼은 적발 당시 자택에 원격 취업에 활용된 노트북 90대 이상이 설치된 이른바 '노트북 농장'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마존의 슈밋 CSO는 링크트인에 "2024년 4월 이후 아마존이 적발한 북한 노동자의 취업 시도는 1천800건 이상"이라며 "올해에는 1분기 만에 이들의 취업 시도가 27% 늘어난 사실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이 취업을 위해 휴면 상태인 링크트인 계정을 탈취하기도 하고, 이력서에 기재하는 학력도 과거 주로 동아시아 대학을 기재했던 데서 최근에는 캘리포니아나 뉴욕 대학을 나왔다고 하는 등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학교를 나와 같은 업체에서 근무했다고 하는 패턴이 발견되기도 하며, 이 경우 해당 업체는 미국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해외 컨설팅 업체인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밖에 미국식 관용어나 'a', 'an', 'the'와 같은 영어 관사 사용이 서툴다는 점도 의심 신호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회원국이 자국에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습니다.

(사진=미 법무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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