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리아 반정부 시위 확산
불가리아 정부의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안이 촉발한 Z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로 총리가 사임한다고 AFP·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유럽에서 Z세대가 주도한 시위로 지도자가 물러난 것은 처음입니다.
로센 젤랴스코프 불가리아 총리는 11일(현지 시간) 야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 의회 표결 직전에 사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모든 연령과 민족·종교 진영에서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시민의 뜻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불가리아 시민들은 내년 예산안에 담긴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 계획에 반대하며 연일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반발에 이달 초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 등을 포함한 예산안을 철회했지만, 시위는 주요 도시 곳곳으로 확산했습니다.
소피아 의회 건물 앞에서만 수만 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정치인들의 캐리커처가 담긴 팻말을 들며 "진절머리가 난다"고 외쳤습니다.
불가리아 시민들은 내년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안이 정부의 부패를 감추기 위한 사실상의 세금 인상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새 예산안이 공공 재정 관리기관의 부패를 불러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유로화 도입 이후 물가 인상 우려도 민심을 자극했습니다.
불가리아는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지만, 인플레이션 탓에 유로존 가입을 연기해왔습니다.
이번 시위는 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지도층의 부패에 반발한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인 Z세대 청년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불가리아는 국제투명성기구(TI)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꾸준히 가장 부패한 유럽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WSJ 등에 따르면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통해 조직된 Z세대 시위대는 'Z세대가 온다', 'Z세대 대(vs) 부패'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했습니다.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는 의사당 앞에서는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영상과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커다란 스크린에 반복 재생됐습니다.
Z세대는 온라인에서도 분노를 표출했고, 인플루언서와 배우들도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시위에 참여하세요'라는 밈도 탄생했습니다.
불가리아의 Z세대는 1989년 공산정권의 붕괴와 그 이후 이어진 경제 위기를 겪지 않은 세대로, 대부분에게는 이번이 첫 대규모 시위였습니다.
불가리아 싱크탱크 민주주의연구센터(CSD)의 마틴 블라디미로프 국장은 "이번 시위는 권력 유지를 위해 국가를 장악해온 뿌리 깊은 집권층의 관행에 맞서는 젊은 세대 시민들의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와 기득권에 분노한 Z세대의 시위는 불가리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최근 수개월간 들불처럼 번지는 추세입니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멕시코, 탄자니아 등지에서 부패와 불평등에 반발한 Z세대가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펼쳤고, 이 중 일부 국가에서는 불가리아와 마찬가지로 지도자가 물러났습니다.
특히 불가리아는 최근 4년간 7차례나 총선을 치르는 등 집권 다수파가 없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로존 가입을 목전에 둔 불가리아 정부가 시위로 무너졌다는 점에서, EU의 정치적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영국의 위기분석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마리오 비카르스키 분석가는 "유로존에 막 들어가는 불가리아가 재정 정책과 관련된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이는 유럽에 평판 리스크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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