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숭례문수입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천 원 오르고 또 2천 원 더 올라서 하나 사 오는데 3천 원이나 비싸게 줘야 해요."
어제(26일) 서울 중구 남대문 숭례문수입상가에서 해외 의약품을 파는 박 모(52)씨는 매대에 놓인 건강보조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대표 상품 '센트룸' 매입가가 불과 며칠 새 3만 4천 원에서 3만 7천 원으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우리는 다양한 물건을 조금씩 사 와서 파니까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3만 7천 원에 팔던 걸 4만 원에 판다고 하면 누가 사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욕실화 등 생활잡화를 파는 이 모(56)씨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이 씨는 "7천 원짜리 슬리퍼가 8천 원으로 1천 원이나 올랐다"며 "100개 살 때 70만 원이던 게 지금은 80만 원이 넘는다. 중간 판매자한테 '또 올랐어요?'라는 말을 요즘 가장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남대문 수입상가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2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67.7원을 찍었다가 1,465.6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위안화도 210원에 근접했습니다.
D동 수입상가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이 모(61)씨는 "위안화가 10원 넘게 오르고 물류비까지 같이 올라 도저히 이득이 나기 어렵다"며 "중국에서 10만 원에 살 수 있는 걸 한국에선 20만 원에 사서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내에서 주문 제작 의류를 파는 서 모(63)씨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가죽 가방을 여기서 만들더라도 원단은 대부분 수입"이라며 "원화가 약해지면 결국 전부 우리 부담"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소비자들도 높아진 가격에 지갑을 닫는 모습입니다.
이날 남대문에 구경하러 나왔다가 수입상가를 들렀다는 김 모(68)씨 부부와 딸은 수입 약품 가격을 물어보고는 빈손으로 자리를 떴습니다.
김 씨는 "서울에 딸이 살아서 구경하러 나왔다"며 "도매라고 해서 싸다고 왔는데 하나도 안 싸다"며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날 처음 수입상가를 찾았다는 다른 중년 여성도 "싸고 물건도 다양하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아무것도 못 샀다"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안규현 숭례문수입상가상인회 회장은 "IMF 때도, 코로나19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상가가 다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 밖에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이 안은 조용하지 않으냐"며 "남대문에선 차라리 호떡 장사하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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