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광주 북구 신안동 일대 거리에 침수 피해를 입은 상가에 물이 빠지고 난 뒤 진흙이 묻어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요. 또 휩쓸려 내려갈까 불안합니다."
오늘(18일) 아침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식당에서는 주민 김명순(55) 씨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건물 안에 가득 찬 물이 빠지면서 흙투성이가 온 식당을 뒤덮었고, 김 씨는 주방과 화장실까지 들이닥친 물을 새벽부터 퍼내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식당 뒤편으로는 교량과 연결된 바닥이 처참하게 무너져 집기를 옮기는 김 씨의 발걸음마저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구석구석 걸레로 훔쳐보고 빗자루로 쓸어봐도 흙탕물은 여전했습니다.
의자와 식탁은 천장까지 뒤엉키고 깨진 그릇, 흙으로 뒤덮인 수저들은 널브러져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모습입니다.
김 씨는 "살다 살다 이렇게 비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이 순식간에 차고 들어오더니 1층은 아예 잠겨버렸고 하천물이 담을 넘어갈 만큼 불어나 얼른 대피했다"며 "돌아와 보니 밥그릇은 다 깨져 있고, 식탁도 다리가 부러져 있는데 장사는커녕 집기를 다 버리게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하나라도 더 건지자는 마음으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짐을 밖으로 꺼내거나 쓰레기를 정리했습니다.
폭우로 집이나 가게가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낸 주민들도 초췌한 표정으로 삶터로 돌아왔습니다.
상가 앞 길가에는 빗물에 잠겼던 차량을 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습니다.

침수 차량 주인인 박 모(66) 씨는 "차를 세웠던 곳에서 5m 정도 떠내려온 것 같다"며 "시동도 안 걸리고, 안은 완전 엉망진창이어서 청소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비는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오후부터 예고된 비 소식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신안교는 집중호우 시 극심한 수해가 발생하는 곳으로, 2020년에도 물난리로 피해를 봤습니다.
광주 북구는 우수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등 수해 예방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극한 호우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신안동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다는 김 모(61) 씨는 "중학교 때 집이 떠내려갈 뻔하고 2020년에는 하천이 넘쳐서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적이 있을 정도"라며 "많은 비가 다시 온다는데 이렇게 대책 없이 있다가 건물이라도 무너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