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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짜리 고스톱, 왜 무죄일까

100원짜리 고스톱, 왜 무죄일까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웃끼리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친 것이 도박일까 아니면 단순한 오락일까."

최근 법원이 이웃 주민들과 점당 100원을 걸고 고스톱을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도박의 기준과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은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 정도는 단순한 친목 도모 게임이다", "어쨌거나 판돈을 걸었으면 도박이 맞다" 등 갈리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도박이 명백히 금지돼있지만, 실생활에서 그 경계는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현행 법규에 따른 도박죄의 판단 기준은 어떻게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점당 100원' 짜리 고스톱이 반드시 도박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판결처럼 사적 관계 속에서 이뤄진 소액의 일회성 게임은 법원이 '사회적 해악성'과 '사행성'이 낮다고 보고 무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금액, 장소, 참가자 관계, 반복성, 판돈 규모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금액 기준이 아니라 정황 중심의 실질적 판단이 도박죄 성립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고스톱을 포함한 사행 게임이 '도박'으로 판단될지는 오직 금액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참여 방식과 의도, 행위의 반복성, 사회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일회성 친목 게임은 처벌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반복성과 상업성이 동반된다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사건은 60대 남성 A 씨가 이웃 주민들과 점당 100원을 걸고 고스톱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도박 혐의로 기소된 사안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점당 100원'이라는 소액을 건 고스톱이 형법상 처벌 대상인 '도박'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오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무죄 판단의 근거로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 총액이나 실제 오고 간 판돈이 2만 원 이하로 많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점당 100원'이라는 액수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 총액'이나 '실제 오고 간 금전'의 규모를 강조한 것은, 소액의 기준이 점당 금액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판돈 규모와 실제 재산 변동의 크기를 함께 고려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재판부는 참가자들이 모두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으로, 사적인 친목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도박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행성이나 사회적 해악성을 수반해야 구성된다"며 "사적 친목 관계에서 벌어진 일회성 소액 오락은 이를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가 "사행심 조장 목적의 도박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한 점은 단순히 돈을 걸고 게임을 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행위의 '목적'이 도박죄 성립에 결정적인 요소임을 시사합니다.

재물을 거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 주된 목적이 친목 도모나 일시적인 오락에 있었다면 형법상 도박의 '고의'나 '목적'이 없다고 판단할 여지가 커지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도박죄의 본질을 '사회적 해악'과 '지나친 사행심 조장'에 두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며, 소액의 금전이 오가는 게임이라도 그 본질이 '오락'에 있다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형법은 도박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면서도 사회적 관습과 오락의 필요성을 고려해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상습으로 도박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단서 조항으로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해 모든 도박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일시 오락" 조항은 법적 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없다면 가족끼리 명절에 소액으로 고스톱을 치거나 친구들끼리 밥값 내기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많은 행위가 잠재적으로 범죄가 돼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법이 사소한 사회 활동까지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돼있습니다.

반면, 형법 제247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도박 행위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로, 도박을 주도하고 이득을 취해 사회적 해악을 야기하는 행위를 엄단하려는 입법 취지를 보여줍니다.

법조계와 대법원 판례는 도박 여부를 판단할 때 우연성(게임 결과가 운에 좌우되는지), 재산상 이익의 존재, 사행심 유발 여부, 사회적 해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즉 단순히 금전 거래가 있다고 해서 도박으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충족돼야 법에 따른 제재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도박의 결과가 행위자의 능력이나 노력보다는 운에 의해 좌우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이 개입된다면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완전히 우연성이 배제되고 조작된 게임은 도박이 아닌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득실이 있어야 하며 그 규모가 '사회 통념상 상당한 정도'를 넘어서는지 여부도 도박 여부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

단순히 점수를 얻는 오락이라도 금전이나 환전할 수 있는 경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사행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도박죄의 핵심이 '사회 통념상 상당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재산상 득실과 '사회 유지에 필요한 사회 윤리에 반하는' 행위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도박 행위가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 상습도박죄로 가중 처벌됩니다.

상습성은 도박 전과나 횟수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도박의 성질, 방법, 횟수, 금액, 기간, 도박에 대한 의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심지어 도박을 직업으로 삼을 작정이었다면 최초 1회의 도박만으로도 상습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도박의 경우 계좌 이체 내역 등으로 상습성이 쉽게 입증될 수 있습니다.

도박의 시간과 장소, 참가자와 관계,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판돈의 사용처 등도 도박 여부 판단에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이러한 포괄적인 판단 기준은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해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적인 사건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역대 판례를 보면 우리나라 법원은 '소액 고스톱'에 대해 일관되게 종합적인 판단을 적용해왔습니다.

친목 도모 목적의 소액 고스톱에 대해선 무죄, 사행성 요소가 강할 경우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법원은 점당 100~200원 수준의 소액 고스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1983년 대법원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같은 업자들끼리 일과를 마치고 4천 원으로 술과 안주 내기 화투를 약 1시간가량 친 것과 관련해 이들의 경력, 재산 정도,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친분, 소액 등을 고려해 일시 오락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984년에는 대법원이 아들 생일에 4명이 각 1천 원씩 모아 놓고 성냥개비로 점수를 계산하며 고스톱을 치고 딴 돈으로 술을 사기로 한 사건에 대해 피고인들의 연령, 직업, 재산 정도 등에 비춰 일시 오락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했습니다.

1990년 대법원은 각자 1천 원 또는 7천 원을 판돈으로 내놓고 한 점에 100원짜리 고스톱을 한 사건에 대해서도 일시 오락으로 판단했습니다.

1988년 대법원은 외판원들이 10여 회에 걸쳐 점당 100원 또는 3점에 500원으로 고스톱을 쳤는데 1인이 준비한 돈이 1만 5천 원 정도였고 딴 돈으로 술이나 안주 등을 사 먹어서 일시 오락에 불과해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점당 금액이 적더라도 참여 인원, 베팅 규모, 반복성, 장소 특성 등에 따라 유죄로 판단된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 대구지법은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음에도 재래시장 상가에서 모르는 사람 3명과 함께 치다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압수된 도박 대금이 총 16만 2000원에 달해 벌금형을 부과했습니다.

유료 오락실 또는 사설 도박방 등 금전적 이득이 주목적인 공간에서는 소액이라도 도박죄가 적용됩니다.

2012년 서울남부지법은 판당 1천~3천 원짜리 훌라 게임을 하다 기소된 B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전체 판돈이 50만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재판부는 "새벽 4~6시에 도박이 이뤄졌고 친목을 위한 모임도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1985년 대법원은 단시일 내 6회에 걸쳐 판돈 300만 원 이상이 오간 도박의 사건에 대해 일시적인 오락으로 볼 수 없으며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상습도박죄 판결을 했습니다.

이처럼 '점당 100원'이라는 동일한 소액을 걸었음에도 무죄와 유죄 판결이 엇갈리는 사례들은 단순히 금전적 액수만으로는 도박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유죄 판결 사례들은 불특정 다수와의 게임, 상업적 장소, 늦은 시간 등 '맥락적 요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법원이 '종합적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며, '점당 100원'이라는 단순한 금액 기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점을 보여줍니다.

게임이 이뤄지는 전반적인 환경, 참여자들 간의 관계, 그리고 그 행위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법적 위험을 피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주요국마다 도박 관련 법 규정은 다르지만 금액보다는 행위의 사회적 영향과 반복성, 상업적 요소의 유무를 중심으로 도박 여부를 판단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형법상 도박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시 오락'과 유사하게 '일시적인 오락에 제공되는 물건을 내기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는 사교적 목적의 화투나 마작 등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금전 거래가 반복되거나 판돈이 과도할 경우 도박죄가 적용되며 공공장소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장소에서 화투 행위는 대부분 유죄로 처리됩니다.

미국의 도박 관련 법률은 주마다 매우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게임'은 합법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제삼자가 수수료를 취하지 않는 형태의 사적 모임에서의 포커, 블랙잭 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판돈 규모가 커지거나 운영자가 수익을 챙기는 구조가 되면 불법 도박이 됩니다.

하와이 등 일부 주에서는 사회적 도박을 금지하고 있으며 아이오와주는 24시간 내 50달러 등 특정 금액 제한을 두기도 합니다.

독일은 '이득을 목적으로 한 우연성 기반 게임'을 도박으로 규정하며, 독일 형법 및 주간 도박 조약에 의해 엄격히 규제됩니다.

개인 간 소액 도박은 비교적 관대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설 도박장이나 온라인 도박은 엄격히 규제되며, 최근에는 소액 베팅이라도 반복적이면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불법 도박 참여자는 벌금 또는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박의 합법성 여부가 '상업성'과 '사회적 영향'에 크게 좌우된다는 공통된 패턴을 보입니다.

소액의 사적·사회적 오락은 대체로 용인되거나 예외로 인정되지만 상업적 운영은 엄격히 규제되거나 금지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공통점은 도박 규제의 근본적인 목적이 개인의 사행심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는 데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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