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석 내란 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공개 질타하며 사용했던 경구 '법불아귀'(法不阿貴)가 내란 특별검사팀의 언론 브리핑에서 재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24일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뒤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을 두고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며 "법불아귀,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법불아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법치를 강조한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의 경구로,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의 한자 성어입니다.
작년 7월 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전 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소환조사해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이 전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언급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전 총장은 당시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수사팀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2년 전 자신의 취임사에서 인용했던 성어 '법불아귀'를 언급했습니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청사로 부르지 않고 제3의 장소로 불러 조사해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고 특혜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는 것이 이 전 총장 판단이었습니다.
당시 발언을 두고 수사팀 내부에서는 "검사들을 아귀로 만들었다"는 반발이 나오는 등 대검찰청과 중앙지검 간 분열 조짐도 나타났습니다.
특히 대검이 이창수 전 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수사팀 검사들을 상대로 진상 파악에 나서자 일선에서는 조사 내용의 공정성까지 폄훼되고 있다며 강한 반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에서 이 경구를 자주 인용한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입니다.
김 전 총장은 취임사에서 이 표현을 썼고, 임기 후반 불거진 국정농단 의혹 수사를 위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가동될 때 이 문구를 언급해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당시 이원석 전 총장은 부장검사로서 수사팀에 참여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거듭 '법불아귀'를 내건 수사팀의 지목 대상이 된 셈입니다.
이날 박 특검보가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발표하며 '법불아귀'를 또다시 언급한 것은 특혜 논란을 상기시키면서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출석요구에 2회에 걸쳐 불응하고,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6월 18일 이후인 19일에도 출석에 불응했기 때문에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체포 등 강제적 수단을 검토합니다.
(사진=연합뉴스)